하늘금
승부역 가는 길<경북 봉화> 본문
승부역 가는 길<경북 봉화>
<교통편>
동서울 ↔ 태백 : 고속버스
청량리역 ↔ 태백역 :기차
* 청량리발 ▶ 태백 경유 강릉행 7:10, 9:10, 12:10, 14:13, 16:13, 22:10, 23:15
* 강릉발 ▶ 태백 경유 청량리행 4:45, 7:00, 8:00, 10:,15, 14:45, 16:25, 23:35
* 다른 지역에서는 아래의 기차노선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코레일 기차노선표>
낙동강 원류길
강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한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하지만 낙동강 1300리길은 예외이다. ‘하늘못(天潢)’이라고도 불렸던 태백시 황지에서 발원하여 구문소(求門沼)로 가는 길. 낙동강은 그 길에서 만난 용우이산을 뚫고 남으로 흐른다. 황지에서 시작한 작은 물길이 경상도 전체를 먹이는 것이다.
기차를 타고 태백역으로 향하는 길. 이곳에서 낙동강 원류길이 시작된다. 강원도에 들어서는 길은 초장부터 이전의 길과 다른 느낌이다. 녹음이 짙게 든 산과 골짜기, 깊은 시내, 그리고 산과 골짜기 사이로 난 도로. 강원도로 들어서면서부터 펼쳐지는 색다른 경관은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태백역에 도착하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황지로 향하자. 낙동강의 발원인 황지는 파란 옥빛을 띄고 있다. 낙동강의 발원이라 믿기에는 작은 규모. 하지만 이 작은 물줄기가 대지를 적시는 젖줄이 된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다.
황지를 본 후에는 낙동강이 산을 넘는 구문소로 향한다. 황지로부터 약 13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 및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은데, 구문소 일대에는 구문팔경과 자연학습장 등의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주위를 탐방하는 것을 추천한다. 구문소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낙동강을 따라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으로 발길을 옮기자. 구문소에서 석포역까지 직접 가는 대중교통은 없고, 택시로는 20분 걸리기 때문에 가는 방법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석포역에 이르면 낙동강 원류길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진다. 석포역부터 승부역까지 가는 14Km의 구간이 그것. 강과 철도, 그리고 도로가 함께 달리는 이 길은 아름다운 풍경 뿐 아니라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종일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5시간의 여정동안 강과 산을 벗 삼아 걸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 이따금 강변길을 벗어나 산을 올라야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간간히 들려오는 기적소리가 여행자를 외롭지 않게 도와주니 걱정할 것은 없다.
겨울철, 석포역부터 낙동강을 따라서 펼쳐지는 설경의 아름다움은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 존재에 대한 원초적 고민을 일으킨다.
홀로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승부리에 다다른다. 비룡산과 오미산에 둘러싸인 이 산골마을은 조용하고 소박한 주민들이 밭을 일구며 사는 마을이다. 승부리와 승부역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때는 10여 년 전. 환상선눈꽃열차가 운행되면서부터라고 한다.
사람이 하나 둘 떠나버린 도시의 흥망성쇠를 지켜봤을 승부역. 이제는 기차의 교행을 위한 대기 간이역으로 전락했지만 마을주민들이 세상과 소통했던 유일한 창구임을 감안하면 시간의 흐름이 깃든, 애처로운 장소이다. 승부역 개통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을 받아 세웠다는 ‘영암선 개통비’가 과거의 영화로움을 알려주는 듯 하지만 쓸쓸히 남겨진 모습 때문일까? 애처로움이 더해지는 것 같다.
승부역에 다다르면 낙동강 원류길은 끝이 난다. 황지부터 승부역까지 산을 뚫고 계곡을 지나 흐른 물길, 영남을 적시기 위하여 힘을 비축한 낙동강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낙동강 원류길. 그리고 자연을 벗 삼아 조용히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낙동강 원류길. 이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길을 배낭하나 메고 걸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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