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금
낙남정간(5) : 신풍고개~무학산~쌀재 본문
빼어난 조망과 풍광에 도취한 산행
낙남정간 5일차 신풍고개 - 천주산 - 무학산 - 쌀재고개 <2003. 2. 15(토), 흐림>
<지도> 신풍고개-마재고개
마재고개-쌀재
◈ 구간개요 <신풍고개 - 천주산 - 무학산 - 대곡산 - 대산 - 한치재>
구간 설정은 신풍고개에서 두척육교, 두척육교에서 한치재로 함이 마땅하지만 그간의 부진했던 산행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귀경 편의를 위하여 5일차 산행을 다소 길게 잡는다. 신풍고개에서 굴현, 송정고개에서 두척육교 등 잡목구간도 있지만 천주산, 무학산, 대산 구간은 전반적으로 전망이 뛰어나고 아름다운 능선이 길게 이어지며 바다와 주변의 풍광이 어우러져 거의 환상을 이룬다. 마산은 나들목 교통과 숙식이 편리하며 음식 또한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횟집이나 복집의 영업이 24시간이라 하니 산행 전에 복국으로 속을 풀고 산행 후 횟집에서 뒤풀이도 적당하겠다. 고기는 입맛대로 골라잡아 회를 뜨고 양념 값으로 1인당 2,000원씩 내던가 횟집에서 대, 중, 소로 주문도 가능하다. 교통 좋고 숙식 편한 곳을 지나 점차 오지로 들어가매 부담이 더한다. ◈ 후기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 하여 낙남 행을 연기하였는데 이번 주말에도 제주도와 남해안 지방으로 비가 온다하여 망설여진다. 일기예보를 주시하며 이리 갈까? 저리 갈까? 고심하다 출발직전에 낙남으로 결정한다. 비가 나를 피해 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심야매표창구는 여전히 복잡하다. 배가 든든하면 잠이 잘 올 것 같아 해장국에 소주 몇 잔을 했는데 속이 거북한 것은 물론이고 볼일이 생겨 깊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음부터는 물기 많은 야식을 삼가야 하겠다. ▶ 신풍고개(용강검문소) 4:30 터미널 맞은편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어둠 속에 혼자가 된다. 달님이 잠시 환한 얼굴을 내밀며 어둠을 거두는 것 같더니만 구름 속으로 들어가며 감감 무소식이다. 어둠이 짙게 깔린다. 택시기사가 신풍고개를 모른다 하길래 창원에서 진영으로 넘어가는 검문소가 있는 고개라 하니 용강검문소라 한다. 매점 왼편 계단에 걸린 리본을 따라 폐가 앞으로 진행하니 임도가 나온다. ▶ 남해고속도로 굴다리 5:15 페츨 듀오 헤드라이트를 환하게 비추며 임도를 따른다. 불빛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축사를 헤드라이트로 비추니 늑대가 앉아서 울부짖는 자세로 동그란 파란 섬광 두 개씩 짝을 지어 번쩍이며 되돌아온다. 섬뜩함을 느끼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정신없이 단감 밭 사이 임도를 따르다 그 끝에 이르러 갈 길이 막연하다. 지형지물과 표지기를 확인하러 움직이지만 그럴수록 더 헷갈린다. 어둠에 갇힌 것인가? 맞은편 환한 가로등 불빛이 남해고속도로 굴다리, 기차가 지나며 철로를 확인해 준다. 마루금은 단감 밭 정상을 거쳐 왼쪽 능선을 따라 고속도로 건너편 절개지로 연결되는 것 같다. 굴다리를 목표로 단감 밭을 가로지르다 철길을 건넌다. 음달마을께 새벽 일로 분주한 아주머니에게 천주산 가는 길을 물으니 고속도로 변을 따라가다 경남여상고에서 올라가라고 하는데 선답 기록 및 지도하고는 안 맞는 애기 같아 덮어두기로 한다. 굴다리를 지나 오른쪽 시멘트 도로를 따르다 마을 한 가운데를 지나는 것이 이상하다 싶어 다시 내려와 왼쪽 고속도로 절개지를 향하다 전북 산사랑회, 경북대학교 병원의 “메마른 세상에 사랑의 불빛을 밝히며.......” 정맥을 알리는 표지기를 보는 반가움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다. 개울을 건너뛰어 절개지로 오른다. 벌목으로 어둠에 방향 잡기가 수월치 않다. ▶ 293봉 6:03 잡목과 가시덤불이 할퀴며 발목을 잡는다. 후드득 나도 놀라고 꿩도 새도 놀라고 안면방해를 해 미안하이. 통신시설과 삼각점이 있다. ▶ 굴현고개 6:30 터널 밑으로 왕복 4차선 도로가 뻥 뚫려있다. 가파른 터널 절개지를 따라 건너편으로 연결된다. 고개 마루에서 구 도로를 건너 첫 번째 독립가옥 왼편에 걸린 “입산금지” 현수막이 나에게는 “등산로”안내표지로 다가온다. ▶ 천주봉 7:20 먼동이 터 오며 뱃고동인지 등대 울리는 소린지 모를 음이 들려온다. 조그마한 공동묘지를 지나 오르막이 가파르다. 방화선을 널찍하게 쳐놔서 조망이 좋을 것 같으나 흐린 날씨 탓에 사방이 희끄무레하다. 일출과 더불어 정상에 서니 정성 들여 쌓은 돌탑과 산불 감시초소가 반긴다. 전망 좋은 팔각정에 쉬어감이 좋겠다. ▶ 용지봉(천주산 정상) 8:15 완만한 오름 길에 널찍한 방화선이 스키장처럼 이어지고 운동장 같은 공터가 여러 개 다. 용지봉 못 미쳐 2미터쯤 되는 막대기에 까치 한 마리가 앉아 귀엽게 지저귀다 짝을 만나 사랑의 비행을 한다. 좋은 소식이 있을까하는 기대감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군사용 참호가 어지럽고 사위가 확 트이는 천주산 정상이다. 바람들지 않는 양지에서 아침밥을 먹으며 운동 나온 창원 시민들을 만난다. ▶ 개사육장 10:25 마루금은 천주산 정상에서 뚝 떨어진 후 평탄하게 이어지다 서서히 고개를 낮춘다.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된장을 바르면 한 모타리도 안될 놈이 흰 이빨을 훤하게 드러내며 달려든다. 소행을 보아 발길로 갈비뼈를 분질러 놓아야 될 견공이다. 마루금이 물길을 두어 차례 건너고 옆으로 못이 있어 “산자분수령”의 해명을 요하는 곳이다. 내 생각엔 길이 잘 못나 있거나 고도 차를 못 느끼는 너른 들에 요철이 있어 물길이 고르지 못한 탓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생각 없이 너른 길을 따르다 조그만 공동 묘지를 돌아 나와 리본을 따른다. ▶ 송정고개 11:00 개 사육장에서 힘겹게 오른 능선이 급하게 내리 꽂는다. 도로를 따라 철망이 쳐있고 경사가 가파르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르니 수로가 철망 밑으로 개구멍처럼 나 있다. 오늘은 새벽부터 개판이다. ▶ 두척육교(마재고개) 고속도로, 국도, 철도가 어우러져 어지럽다. 내리기 전에 맞은편 위치를 확인한 후 철망 왼쪽으로 내려 국도를 건넌다. 고속도로와 철로를 밑으로 두고 육교를 통과한 후 좌측 인도를 따라가다 건너편 표지기를 확인한 후 국도를 건넌다. 벌목으로 초입이 헷갈리나 표지기를 찾아 따른다. 무학산 등산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 무학산 13:55 잡목으로 어지러운 진입로가 어느새 정갈스러운 오솔길이 되어 심신을 포근하게 감싼다. 길게 뻗은 능선을 따라 소나무 숲이 이어지고 정상까지 완만한 오름 길은 피로를 덜어준다. 학이 춤추고 있는 듯 하여 舞鶴山이라 한다. 마산 시민들의 무학산 예찬이 귓가를 울리며 여러분들이 나서 마산과 무학산에 대한 소개를 마다하지 않는다. 말해 무삼하리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 않았던가? ▶ 대곡산 15:25 바다, 섬, 떠나니는 배, 산, 억새와 툭 터진 사위 그 무엇하나 나무랄 데 없는 전경이 눈앞에 아른거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1999년 교육개혁에 퇴직한 선생님들이 세운 표지석이 대곡산을 알리며 정맥을 안내한다. 산이랄 것도 없는 무학산의 능선 같다.
▶ 쌀재고개 15:40 억새 무성한 가파른 길을 내려선다. 정월 대보름날이다. 예전에 흔하던 쥐불놀이도 요즘은 경방으로 구경이 쉽지 않다. 건조한 날씨에 무성한 억새가 불에 너무 잘 타오를 것 같아 팔자에 없는 걱정을 안고 낙남 5일차 산행을 마감한다. ▶ 경남대학교 육교(마산으로 하산길) 16:14 쌀재는 시멘트 포장 간이도로가 지나며 승합차 통행이 가능하다. 차량으로 하산할 경우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르다 주도로에서 합류한다. 도보는 도로 중간 왼쪽 가옥 몇 채가 있는 소로를 따라 만날재를 경유하여 마산 완월동으로 하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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