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금
호남정맥(4) : 형제봉~859.9봉~죽청치 본문
호남정맥 4일차 성불교-형제봉-859.9봉-죽청치 <2003. 12. 13(토)>
◈ 지도 1. 한재~송치
◈ 후기 광양역전 5:37 언제나 그렇듯이 야간열차 좁은 의자에서 사지를 쭈그리고 밤잠을 청하는 일이 간단치 않지만 내 입장에서 불평불만이 있을 수 없다. 남원, 순천, 하동을 경유하여 진주가 종착인 이 열차는 하루에 한번 운행하는 심야열차다. 이 열차가 없다면 나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을 들이면서 더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꼭 나를 위해 운행하는 열차인 것 같이 느껴져 새삼스러이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성불교 6:40출발 제법 쌀쌀한 날씨다. 하늘의 달님과 별님이 새벽하늘을 밝혀준다. 역전 영양 나주곰탕집에서 따끈한 국물을 곁들여 아침밥을 먹으니 뱃속이 든든하다. 택시로 성불교 까지는 20여분 걸린다. 성불교 좌측 사슴목장 안내표지판을 지나 30여 미터 지점에 형제봉 오르는 등산로가 나온다. 등산로 좌우는 벌목한 나무들로 어지럽다. 왼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르다 첫 번째 묘지에 오른다. 제대로 길을 잡은 것 같아 안심이 다. 외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형제봉에 오를 수 있다. 지난밤에 비가 와 산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을까 하는 식당 아줌마의 걱정스런 말을 흘려버렸는데 등산로는 눈으로 덮이고 고도를 더할수록 두께를 더한다. 여명이 트고 있지만 어둠이 짙게 깔려 헤드랜턴으로 길을 밝힌다. 형제봉 7:55 가파르고 길게 이어진 외길 능선을 오르다 몇 번 숨을 고른다. 아무도 밟지 않는 눈밭을 홀로 밟고 간다. 눈 덮인 산 능들이 파노라마 친다. 백운산, 따리봉, 도솔봉, 형제봉으로 이어진 능선은 어느새 하얀 눈밭이다. 아침햇살에 비친 형제봉 상고대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눈에 보이는 나뭇가지는 모두다 매화꽃이 핀 듯 하얗다. 그 아름다움과 형제봉의 전망에 취하여 휘몰아지는 북풍의 함성이 매섭게 귓전을 때리고 볼이 얼얼해지도록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월출재 9:15 억새, 잡목가시, 키를 넘는 산죽, 솔밭지대 등 다양하게 지난다. 풀잎과 나뭇가지에 내린 눈으로 옷이 젖을 것 같아 덧옷을 껴입는다. 정맥의 오른쪽 즉 북쪽은 바람소리가 요란하고 남쪽으로 내려서면 잠잠하고 따스하다. 또한 정맥의 남쪽지역으로 눈이 덮여있고 북쪽의 높은 산들은 아직 눈이 내리지 않았다. 이틀 동안 연속산행을 하면서 같은 현상을 지켜본다. 고저 없는 능선을 진행하다 임도를 만난다. 임도 좌우로 키를 넘는 잡목들이 사열하고 여러 표지기 들이 걸려 임도를 따르도록 암시한다. 눈에 익은 대산련 부산연맹 백두산산악회 표지기를 본다. 월출재를 건너 맞은편 봉우리로 넘어가지 않도록 곽연기 대장님이 표지기를 정리하였다는 곳인가? 후답자를 배려한 따뜻한 마음씨를 느끼며 이틀 연속산행 중 여러 곳에서 백두산 산악회의 결정적인 도움을 받는다. 여러 선답자에 의하면 월출재는 독도 난해지역으로 기록된다. 정맥은 건너편 봉우리 못 미쳐 왼쪽 능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선 월출재에서 건너편 봉우리로 올라서거나 임도를 계속 따라가서는 안된다. 월출재에 내려서면 임도 왼쪽을 주시하고 100여 미터 진행하다 왼쪽으로 급회전하여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좌회전 지점에 백두산산악회 표지기, 신원기님 표지기가 걸려있다. 이어서 두 번째로 임도를 만나면 건너편 숲으로 들어간다. 예측 못할 우리 산줄기의 오묘함이여!!!!!!!!!!!!!! 깃대봉 10:15착, 10:30발 월출재에서 선답자의 도움으로 길을 잘 찾았기에 완만한 능선을 따라 여유 있게 깃대봉으로 오른다. 정상 오르는 길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뭇가지에 핀 눈꽃이 너무 예뻐 마냥 전후좌우를 두리번거린다. 전망 없는 밋밋한 정상에 표지판이 반긴다. 깃대봉에서 급경사를 내려서 이어 “3개면 경계-깃대봉 235m” 표지판을 지나 “등산로 아님” 표지판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미사치 11:20착 11:45발 완만한 내리막에 잘 정비된 등산로가 미사치까지 이어진다. 미사치 못 미쳐 지적표지점에 깃대가 꽂히고 좌우로 벌목지대를 따라 깃발이 줄줄이 서 있다. 미사치에서 심원방향으로 등산로가 뚜렷하다. 햇살이 따사로운 양지바른 곳에서 간단히 요기를 한다. 갓거리봉 12:58 미사치 지나 첫 봉 오르기까지 가파른 경사에 잡목구간을 힘겹게 오른다. 고만고만한 봉우리 3-4개를 넘어 갓거리봉에 도착하여 삼각점을 한다. 산불감시초소는 비박하기 좋겠다. 아이젠을 벗고 잠깐 휴식 후 출발한다. 헬기장 13:25 갓거리봉 너머 아기자기한 암릉 길을 내려서고 곧 억새 잡목지대를 지나 전망 바위를 만난다. 우로 지리의 연릉이 병풍처럼 서 있고 앞뒤로 지나온 정맥과 가야할 정맥이 이어진다. 마당재 13:57 왼쪽으로 서면 청소리로 내려서는 희미한 하산로가 나 있고 오른쪽은 길을 나뭇가지로 막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눈밭을 지나고 낙엽을 헤치고 간다. 다소 날씨가 풀린 것 같다. 갈매봉 14:36 흐미한 등산로를 따라 잡목구간을 지난다. 빨갛게 잘 익어 보기에 좋은 청다래 넝쿨이 자주 진로를 방해 한다. 선답자들이 한쪽으로 치워놓은 듯한 것들도 있다. 정상의 왼쪽 길로 올라온 순천사람들을 만나 청소년 수련원으로 같이 하산한다. 소나무 방향으로 난 오른쪽 길을 따라야 정맥을 향한다. 죽청치 14:54 갈매봉에서 완만한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비포장 고개 마루다. 일몰이 아직 일러 송치까지 갈 것 인가를 고심하다 식수와 숙식이 여의치 않을 것 같아 여건이 보다 나을 것 같은 청소년 수련원으로 하산 길을 정한다. 순천 청소년 수련원 15:00 청소년 수련원은 죽청치에서 임도를 따르지 않고 다음구간의 진입로 왼쪽으로 난 하산로를 따라 내려간다. 좌우는 벌목한 나무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죽청치에서 청소년 수련원까지는 15분, 역으로는 20분 정도 소요되며 다소 가파르다. 청소년수련원 식당 아주머니들에게 저녁밥을 맛나게 얻어먹고 식수도 구한다. 저녁밥을 4시경에 먹고 잠자리 정하고 냉수마찰하고 할 짓 다해도 5시 이전이다. 해는 떨어지고 찬바람 몰아치는데 나다닐 수도 없고. 할일 없으면 빈대떡이나 부쳐 먹으라는데.......................... 에구! 그런 것 도 없고. 겨우내 긴긴밤......... 밤이 무서버라.
그래 자자. 동계침낭을 뚫고 바닥에서 찬 기운이 올라서니 등짝이 시럽다. 몸뎅이를 이리저리 굴려보지만 3분을 견디기가 어렵다. 궁여지책. 입다 벗어 놓은 옷가지를 바닥에 까니 그나마 견딜만하다. 잠시 눈을 붙였을까? 7시 전후. 갑자기 함성과 노래 소리로 시끄럽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겨울 저녁에 캠프-파이어를 한다고 난리다. 남이야 뭘 하건 말건 또 자자.
|
'그룹명 > *9*정맥*'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남정맥(6) : 노고치~조계산~굴목치 (0) | 2007.05.16 |
---|---|
호남정맥(5) : 죽청치~바랑산~노고치 (0) | 2007.05.16 |
호남정맥(3) : 한재~형제봉~성불교 (0) | 2007.05.16 |
호남정맥(2) : 토끼재~백운산~한재 (0) | 2007.05.16 |
호남정맥(1) : 외망마을~국사봉~토끼재 (0) | 2007.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