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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재 넘어 소조령길<영남대로, 경북 문경/충북 괴산/충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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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재 넘어 소조령길<영남대로, 경북 문경/충북 괴산/충주>

하늘금2002 2011. 9. 16. 15:53

 

 

 

새재 넘어 소조령길<영남대로, 경북 문경/충북 괴산/충주>

 

옛길(영남대로)

문경새재길1

 

‘나는 새도 쉬어 넘어간다’는 힘든 고개, 옥새가 우거진 고개라 하여 새재. 문경새재는 조선 태종 14년(1414)에 개통된 관도 벼슬길로 영남지방과 경기지방을 잇는 영남대로 중 가장 유명한 길이다. 특히 영남, 충북, 경기, 서울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에 조선시대 교통은 물론, 국방의 주요 관문이기도 하였다. 특히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관도로, 경상도 선비들의 과거길로 이용되었으며 수많은 설화가 내려오고 있는 등 역사적, 민속적 가치가 매우 큰 길이다. 또한 문경새재가 위치한 조령산, 주홀산의 아름다운 식색경관과 옛길 주변의 자연경관은 감탄을 자아내는 역사와 자연이 있는 길이다.

 

문경새재길의 첫 시작은 문경새재 도립공원 내에 위치한 옛길박물관에서 시작한다. 옛길박물관은 과거길로 유명한 문경세재를 조망하면서 과거 조선시대의 각종 여행기, 풍속화 등을 전시하여 영남대로의 옛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과거와 현재가 이어진 길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옛길박물관을 지나 문경새재 1관문인 주흘관에 도착하면 이내 기묘한 풍경이 펼쳐진다. 험준한 산 속에 펼쳐진 평평한 대지, 그 대지를 가르며 세워진 성벽, 그리고 유려한 곡선이 산세와 어우러지는 주흘문 등. 문경새재가 교통과 국방의 요지인 이유를 알 듯 했다.

 

주흘관을 지나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산속을 향해 가는 구불구불한 흙길과 길 좌우로 힘차게 자리 잡은 나무들이 여행객을 반긴다. 산과 나무, 그리고 개울 소리를 들으면서 길을 걸으면 어느새 산속 깊은 곳에 다다른다. 특히 흙길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은 매우 투명해 바닥까지 보인다. 주흘관을 지나 2관문으로 향하다 보면 관에서 운영하였던 숙박시설인 조령원터와 과거 시험을 준비하며 한양길에 오르다 쉬어가던 주막, 새로 부임한 관찰사가 관인을 인수하던 교귀정 등이 있다.

 

문경새재는 관문으로 향해 갈수록 산세가 가파르게 변하지만 산과 나무, 그리고 개울에 취해 길을 걷다보면 어느덧 험준한 요새의 중심지인 조곡관에 다다른다. 조곡관은 문경새재의 제2관문으로, 조관관 사이사이를 흐르는 용천수가 유명하다. 특히 이 주변에는 드라마 ‘태조왕건’ 촬영장, KBS 문경촬영장 등이 있어 과거와 현실이 공존하는 듯한 기묘한 착각을 일으킨다.

 

조곡관을 지나 길을 걸으면 문경새재 민요비, 책바위가 차례로 나타난다. 특히 책바위는 과거급제를 기원하는 영험한 장소로 알려져 입시철에 유난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된다.

 

마지막 3관문인 조령관 가는 길은 가파른 고갯길이라 이전보다 조금 더 험난하지만 힘을 내어 걷자. 이 관문만 넘으면 문경새재길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진다. 경상북도가 아닌 충청북도 괴산군에 해당하는 이 길은 연풍면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길을 자랑한다. 특히 20m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수옥폭포의 웅장한 풍경은 그동안의 고생을 씻어주듯 시원하다. 자연의 위대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느끼며 길을 따라 내려가면 괴산군 연풍면에 조성되어 있는 레포츠 공원, 이화여대 수련원, 고사리 마을이 차례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렇게 소조령길의 1코스가 끝난다.

 

 

소조령길2

 

소조령에서 수안보면 화천리 사시마을 입구까지 내려오는 길은 마을 광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웅장함을 자랑하는 길이며, 수안보로 향해 걷는 길은 안정감을 갖게 하는 편안한 길이다. 수안보에 도착하면 53˚C의 온천수를 자랑하는 온천이나 족욕체험장 등 피로를 풀 수 있는 휴식공간과 다양한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다.

 

소조령의 첫 번째 출발지 고사리마을이다. 고사리마을은 조령 제3관문 입구에 있는 산골마을로, 뒤로는 신선봉이 있고 앞으로는 수옥폭포가 흐르는 양지바른 산중턱에 터를 마련한 마을이다. 과거에는 산을 넘는 나그네들의 쉼터로 상당히 번화했지만 현재는 산행자들의 쉼터인 작은 마을이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과 김옥길 씨와 인연이 있는 지역이다. 특히 주변의 신선봉은 산세가 아름답고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 등산인들에게 널리 사랑 받고 있다.

 

고사리마을을 떠나 수안보 방향으로 이동을 해보자. 고사리 길이 소조령과 만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충주시 수안보면 화천리 사시마을과 발화마을이 차례로 나타난다. 사시마을에는 냉천(冷泉)이 있는데, 마을 주민들은 ‘찬물내기’라고 한다. 이 마을 역시 영남대로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주막과 마방이 성행했었다 한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자. 길을 따라 내려가면 안보리가 나타난다. 이 안보리에는 대안보 마을이 있는데, 조선시대 안부역이 있던 곳으로 수안보보다 규모가 커서 대안보 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과거에는 이 길 역시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로 성황을 이루었지만 현재는 큰 도로가 조성되어 그 흔적은 마을 안 구릉 위 오솔길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대안보 마을회관을 거치면서 여러 개의 공덕비가 보인다. 과거 현감들이 자신의 공적을 행인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비인데,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는 풍경인 듯싶다.

 

이곳에서 2Km 정도를 내려가면 온천으로 유명한 수안보가 나타난다. 그동안의 여행길 피로를 풀기 위해 안성맞춤인 지역이다.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이용하였다는 수안보는 그 명성에 걸맞게 곳곳에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온천족욕장, 인공암벽장, 곤충박물관 등을 통하여 수안보 온천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니 이곳에서 여독을 푸는 것이 포인트이다.

 

 

 

장고개길3

 

수안보에서 따뜻한 온천욕으로 꿀맛 같은 휴식과 편안함을 느꼈다면 다시 걸음을 이어가도록 하자. 수안보에서 석문천을 따라 충주방면으로 약 2Km를 내려오다 보면 오산교 앞에 용 두 마리가 ‘오산마을’이란 글씨를 감싸안은 비석이 눈길을 끈다. 약 600여 년 전부터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마을에서는 100년마다 천하일색의 미인이 출생한다는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오산마을은 오왕후가 이곳 일색봉(一色峰)의 정기를 받아 출생했다고 하여 오미(吳美) 또는 일색촌(一色村)이라고 불렸다. 한편 오산마을을 감싸는 주정산과 첩푸산의 등산로를 탐방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오산마을을 등지고 영남대로의 새 길과 옛 찻길을 오락가락하다보면 중앙경찰학교가 있는 수회리에 당도한다. 과거 이 마을 어귀에는 장정 수백 명이 올라설 정도의 큰, 그래서 마당처럼 넓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마당바위가 있었다고 하는데, 일제강점기에 신작로를 내는 과정에서 부서져 사라졌다고 한다.

 

이제 3번 찻길의 갈마고개로 향하자. 돌아가지만 높지 않기에 걸음을 옮기기 수월해진다. 갈마는 과거 과거를 보러가는 객들이 이용했다고 하는 고개이다. 갈마고개를 지나 부지런히 걷자. 도로와 마을이 반복되는 이 구간은 중간중간 용천리, 설운리를 거친다. 설운리를 거치면 조금 험한 고개가 나온다. 장고개라 이름 지어진 길. 과거에 장꾼들이 넘던 길이란다. 고개를 넘으니 언저리 과수원이 끝나는 곳에 좁은 오솔길이 나타난다. 약간의 수풀을 헤치고 걸으니 어느 덧 조령산이 저 멀리 있다.

 

빠른 걸음으로 내리막을 걸으니 살미면 문강마을이 나타난다. 논밭과 석문천을 다시 만나니 무척 반갑다. 길을 계속 걸으니 이제 석문천과 달천이 만난다. 강이 넓어지면서 평야도 넓어졌다. 충청북도 2대 평야 중 하나라는 달천평야가 펼쳐졌다. 예나 지금이나 강은 사람을 먹여 살린다. 커졌다. 비로소 강이 된 듯하다.

 

강을 따라 가니 단월정수장이 나타난다. 단월정수장은 수원(水原)인 달천으로부터 취수하여 충주시민에게 상수도를 제공하는 곳이다. 과거 단월정수장 부근에는 단월역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의 유주막 마을이 영남대로의 길목에 위치하여 역마을로 매우 유명했다고 전한다. 특히 마을 부근에 명당바위가 영험하여 치성을 드리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고 하여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달천을 따라 걸으니 하류에는 충민공(忠愍公) 임경업 장군의 전설이 서려있다. 임 장군이 젊은 시절, 매일 이른 새벽 절벽에 올랐다가 내려와 달천강 물을 마시곤 했는데, 하루는 몹시 큰 이무기 한 마리가 나와 방해를 했다고 한다. 이에 장군이 크게 노하여 그 꼬리를 잡아 바위에 쳐서 죽였다 한다.

 

전설을 뒤로 하고 걸으니 이내 임경업 장군을 모시고 있는 충렬사가 나타난다. 충렬사가 나타나며 여정은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