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금
증도 모실길<전남 신안> 본문
증도 모실길<전남 신안>
1구간 : 노을이 아름다운 사색의길
‘빠름’이 미덕인 요즘 세상에 증도만큼이나 몸과 마음을 쉬게 해줄 곳이 또 있을까. 슬로시티이자 ‘금연의 섬’으로도 유명한 증도에서 보내는 시간은 바쁜 일상에 치여 지쳐있는 자신을 치료하기에 충분하다.
원래 증도에 가기 위해서는 사옥도의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는 길 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섬(島)이었던 증도가, 요즘엔 사옥도와 증도를 잇는 증도대교 덕에 조금은 편하게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증도에는 총 5개의 코스로 ‘모실길’이라는 이름의 섬을 한 바퀴 일주할 수 있는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모실길을 따라 느긋이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증도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보고 느끼고 담아갈 수 있어서 이러한 즐거움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 1코스부터 모실길을 따라 가보자. 구분포 저수지를 끼고 증도 모실길을 천천히 거니는 것만으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 구분포는 소금 채취를 위한 첫 번째 저수지이다. 구분포 주변에 우거진 갈대와 억새풀이 그 운치를 더한다. 구분포를 지나면 염산마을과 염산포구가 나타난다. 염산 마을 가는 길의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가 또한 여행의 묘미가 되어주며 선착장까지 그 손을 뻗고 있다. 포구 선착장에 서면 멀리 바다와 작은 조각 섬들, 그리고 그림과 같은 등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염산마을이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로 밤하늘 별들을 어느 곳에서 보다 더 아름답게 감상 할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슬로시티답게 전기로부터 자유롭고자 밤에는 전기도 켜지 않는 염산마을. 그 덕분에 불빛 하나 켜지지 않은 마을에 별빛은 더 밝기만 하다.
여기서 1코스는 끝나지 않는다. 1코스를 따라 걷다보면 발길은 금세 방축마을을 훌쩍 지나 나룻구지로 향한다. 나룻구지 지나가는 길에는 이따금씩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발견 할 수 있다. 나룻구지는 옛날 주막과 기생들이 있던 길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사색의 길이라는 제 1코스의 또 다른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풍경과 바닷바람이 여행자로 하여금 골똘히 사색에 젖을 수 있도록 해준다.
걸음을 옮기면 다음으로는 연인과 함께 가면 좋은 하트해변이 기다리고 있다. ‘하트해변’이라고 써진 작은 푯말과 함께 선명하게 하트모양을 그리고 있는 해변이 신기하기도 하고 앙증맞기도 하다. 하트모양 해변 너머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면 계속해서 절경을 즐길 수 있다. 해안도로 중간에 낙조전망대가 보인다면 잠시 멈춰 풍경을 감상할 필요가 있다. 시간만 맞으면 증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이것이 노을이 아름다운 사색의 길, 제 1코스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모실길 제 1코스의 마지막은 해저유물발굴기념비가 장식한다. 증도는 송나라, 원나라 시대의 유물이 2만점 이상 발견되어 한 때 보물섬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해저유물발굴기념비는 증도에 있던 보물들을 발굴하면서 그것을 기념하여 세운 비인데, 어디 여행자에게 있어 증도의 보물이 그뿐이겠는가. 증도를 여행한 이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찾아주는 이 신비의 섬 증도 자체가 여행자들에게는 보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는 노을을 보며 여행자는 사색에 잠긴 채 모실길 1코스의 여정은 마무리가 된다.
2구간 : 보물선/순교자 발자취길
증도 모실길의 제2코스는 제1코스의 마지막인 방축리 해저유물발굴기념비에서부터 시작된다. 기념비를 지나서 만들독살을 향해 걸음을 옮겨보자. 만들독살은 방축리 해저유물발굴기념비 근처의 얕은 바다에서 조선시대부터 존재해왔다. 석방렴으로도 불리는 독살은 조석간만의 차가 심한 바닷가에 쌓은 돌담이다. 밀물 때에는 물에 잠겼다가 썰물 때에는 그 바닥을 부끄럼 없이 훤히 드러낸다. 밀물을 타고 독살 안으로 들어왔다가 썰물 때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고기들은 그저 손으로 주워 담기만 하면 된다. 독살로 잡은 고기는 그물이나 낚시로 잡은 것에 비해 고통을 덜 받기 때문에 그 맛 또한 좋다고 하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만들독살 옆에는 배 모양으로 생긴 카페 겸 도자기 전시장이 있어서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입장료 천원을 내고 들어가 보면 실제 배와 흡사한 구조가 신기하고 재미있는 곳이다. 특히 갑판처럼 생긴 전망대 위에 서서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실제 배를 타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날씨가 좋은 날에 갑판 위에서 식사를 한다면 기가 막힌 전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가기 전에 2층에 들려 증도에서 발굴된 해저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도자기 전시장도 둘러보고 간다면 보물섬 증도의 모습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배 카페에서 나와 제2코스를 따라 계속 걷다보면 검산항을 지나 상정봉 오르는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인적이 드문 오솔길을 따라 우거져있는 소나무 숲을 걸어 오르다보면 상정봉에 다다를 수 있다. 산길이라고 해도 증도가 워낙에 평평하고 낮은 섬인지라 산행에 능숙하지 않은 이들도 가볍게 오를 수 있다. 그렇게 오르기를 시작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증도의 가장 높은 곳 상정봉에 오를 수 있다. 별다른 정상석도 하나 없지만 땅에 새겨진 삼각점과 초록색 초소가 그곳이 정상임을 말해준다.
상정봉에서 내려오면 면사무소가 보이는 데 그 옆에 있는 증동리 교회가 바로 문준경 전도사의 흔적이다. 교회 앞에 세워진 추모비가 또한 이곳이 문준경 전도사에 의해 세워진 교회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문준경 전도사는 이 곳 신안군에서만 11개 교회를 세웠고 그 결과 현재 섬 전체 인구의 90%가 기독교인이다. 한국전쟁이 있던 1950년 공산군에게 무자비하게 학살당한 것으로 전해지는 문준경 전도사는 이 곳 갯벌에서 죽음을 당했다고 하여 그를 기리는 비석과 선교비는 아름다운 갯벌을 향해 세워져 있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일종의 성지순례지로 여겨지는 이 선교비를 방문해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를 기리고자 하는 수많은 이들이 증도를 찾고 있다. 문준경 전도사의 꼿꼿하고 선한 행보를 되새길 수 있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제2코스는 순비기 전시관에서 끝이 난다. 순비기는 향료로도, 염료로도 쓰는 식물인데 순비기 전시관에는 순비기를 이용하여 염색한 직물과 제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남도의 바닷가에서만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순비기를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이렇게 제2코스도 여러 가지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며 마무리 된다.
제 2코스의 마지막인 순비기전시관 근처에는 짱뚱어다리 입구가 있다. 짱뚱어 다리에 오르며 또 다른 곳으로 여행자를 안내 할 제3코스를 고대해본다.
3구간 : 천년 해송숲길
제 3코스는 증도 여행의 필수코스라고도 할 수 있는 짱뚱어 다리에서 시작된다. 약 470m에 달하는 목교(木橋)인 짱뚱어 다리. 이 다리는 짱뚱어가 뛰어오르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이런 재미있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때를 잘 맞추어서 썰물 때에 짱뚱어 다리에 오르면 저 멀리까지 뻗은 갯벌 위로 햇살이 부서지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리 양쪽으로 뻗은 갯벌에 능게, 칠게, 짱뚱어가 그득하여 그야말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보고에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갯벌 생물들이 파놓은 수많은 숨구멍 위로 약동하는 생명의 기운이 올라온다.
목교에서 바라보는 증도의 일몰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지 않고 선연한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 이 노을을 바로 마주하고 있는 목교는 연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데이트 코스이다. 또한 갯벌 생물들의 움직임을 훤히 다 내려다보며 관찰할 수도 있는 이곳은 아이들에게는 좋은 교육 현장이 될 수 있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해가 지고 깜깜한 밤이 오면 반드시 목교 위에서 증도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관찰하도록 해보자. 원래 증도는 천문관측을 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을 만큼 밤하늘이 깨끗하고 별이 많이 보인다. 도심으로부터 벗어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섬 증도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천년해송숲에도 들렀다면 갯벌 전시관에서의 생생한 자연체험으로 제3코스를 마무리 짓는다. 사실상 증도를 오가며 가장 많이 보게 되는 풍경은 드넓게 뻗어 있는 생명의 보고, 갯벌이다. 증도에서 보내는 시간 내내 갯벌의 생명력을 직접 체험하고 즐겼다면 증도 갯벌 전시관에서의 간접 체험으로 유익한 시간을 보내보자.
신안 증도 갯벌전시관은 크게 두 가지 테마로 운영되고 있다. 1층의 갯벌전시실에는 갯벌의 모습과 생태, 그리고 지질적, 화학적, 물리적 작용을 다양하게 적용시켜 전시해 놓은 전시공간 4개가 펼쳐진다. 제1공간 ‘생동하는 갯벌’, 제2공간 ‘갯벌세계로의 여행’, 제3공간 ‘아름답고 풍요로운 신안갯벌’, 제4공간 ‘소중한 갯벌’을 거치는 동안 갯벌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갯벌의 소중함을 배우면서 교육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추천하는 것은 2층의 갯벌 체험학습실이다. 1층의 전시관이 딱딱하게 느껴졌던 사람이라면 갯벌 체험학습실에서는 실제 바닷바람과 파도소리를 실감나게 들으며 밀물과 썰물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전망데크에서 직접 증도의 바다를 조망하는 것은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다.
제3코스인 천년의 숲길 가까이에는 유명한 슬로 리조트 ‘엘도라도 리조트’가 위치하고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 엘도라도 리조트는 슬로 리조트를 표방하는 만큼 타워 형이나 아파트 같은 고층 건물의 형태가 아니라 2~3층이 넘지 않는 유럽풍의 낮은 건물들이 독립적으로 모여 있어서 슬로시티 증도의 매력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숙박시설이다. 아름다운 천년의 숲길을 걸어 보물섬 증도의 엘도라도를 한 번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4구간 : 갯벌공원길
증도 모실길 제4코스의 출발은 우전마을이다. 우전마을은 특히 우전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 여름철에 증도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우전해수욕장에는 반드시 들러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아름답고 휴가를 떠나기에 알맞은 장소이다. 짱뚱어 다리와 연결된 우전해수욕장에는 곱고 하얀 모래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바닷물 또한 깨끗하고 맑아서 해수욕에도 안성맞춤이다.
더욱이 그 정취와 아름다움을 더하는 것은 우전해변에 공존하고 있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숲이다. 증도 이곳저곳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솔숲이 우전해변 한 면을 울창하게 채우고 있고, 바닷가를 따라서는 워싱턴 야자를 비롯한 이국적인 아열대식물이 줄줄이 길게 늘어서 있으니 어느 외국의 한 섬에 여행을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우전해변에서는 휴가객을 대상으로 무료 카누강습과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으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름 성수기에는 미리 예약 후 방문하여 우전해변에서의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하자. 주로 동남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갈댓잎을 엮어서 만든 운치 있는 파라솔 아래에서 보내는 느긋한 시간은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우전해변 근처의 몽골텐트를 대여하여 바비큐파티와 함께 별을 보며 하룻밤을 보내는 것 또한 좋은 생각이다.
제4코스를 따라 우전마을에서 덕정마을로 자리를 옮겨간다. 덕정마을은 마을 남부에 있는 화도가 유명하다. 선화공주가 꽃을 가꾸어 섬 가득 그 꽃향기가 그윽했다는 설화가 있는 화도. 설화에 나오는 커다란 꽃나무가 의젓하게 자리를 지키고 서있다. 화도에 가기 위해서는 노두길이라는 곳을 지나서 가야한다. 옛날에는 밀물 때 물이 들어와서 이 노두길 위에서 갇히는 일도 있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도로를 깔아 놓아서 물때만 잘 맞추면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물이 빠지고 바다에 곧게 뻗은 노두길이 보이기 시작하면 비로소 화도로 가는 문이 열린다. 마치 바다를 가르고 그 위에 길을 내어 놓은 듯해서 신비로운 느낌마저 든다.
노두길을 따라 화도에 들어선다. 화도는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크게 써 붙여진 안내표지 너머로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당시 드라마 속 마을 풍경이 한 곳에서 사진으로 볼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어 마치 드라마 속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만 같다. 알록달록하게 지붕만 단장했을 뿐 드라마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 속에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서 더 정겹기만 한 곳이다. 집 한 편엔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던 진돗개가 한껏 늘어져서 있다. 순수함과 평화로움 그 자체인 마을을 두루 둘러보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화도를 나선다. 다시 노두길을 따라서 나오는 길에는 양 옆으로 펼쳐진 갯벌을 바라본다. 자그마한 게들이 눈을 빠끔히 내놓고는 이리저리 재빠르게 발을 놀린다. 원한다면 나오는 길에 화도갯벌이야기체험장에 들러 돌아보고 올 수 있다.
제4코스는 다른 어느 코스보다도 갯벌을 가까이에서 보고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 화도까지 가는 연결점인 노두길을 걷다 보면 마치 바다를 가르고 나온 길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우전해변에서의 이국적인 해수욕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증도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워 질 것이다.
5구간 : 천일염길
제4코스의 마지막인 노두길 입구를 따라서 나아가다 보면 산 지형이 긴 성과 같이 늘어서 있는 장성동마을을 지나가며 제5코스가 시작된다. 낮은 산세지만 길을 따라 양 옆으로 뻗어있는 그 모양이 제법 든든하다. 한동안은 비슷한 풍경이 이어진다. 이윽고 절터가 있었다는 사당골을 지나가게 된다. 사당골 길을 따라서는 양옆으로 널찍이 펼쳐진 논밭을 지나며 잠시 마음을 쉬어간다.
길을 따라 온 지 얼마나 되었을까.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너른 평지가 끝이 나버리고 허리춤을 훌쩍 넘어 올라오는 갈대가 이리저리 솟아나 발밑을 가득 메운 갈대습지가 나타난다.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갈대 흔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이 곳 갈대군락지에는 철새들이 많이 날아와 ‘철새들의 낙원’이라 불리기도 한다. 깨끗한 환경과 갯벌 가득한 먹이를 따라 부지런히 증도로 날아드는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갈대습지를 지나서 증도의 에너지를 느끼러 간다. 슬로시티답게 증도는 태양광발전소를 이용하여 친환경적인 발전을 한다. 증도의 태양광발전소에는 태양열을 추적하는 장치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증도의 아름다운 환경과 느림의 미학이라는 철학이 고스란히 나타나있는 태양광발전소를 바라보면서 이것이 바로 증도를 유지하는 진정한 에너지라는 생각을 한다.
여행은 이어져서 드디어 증도에서 빠트릴 수 없는 곳, 소금밭 전망대에 도달하게 된다. 소금밭 전망대에서는 드넓게 펼쳐진 태평염전과 바다를 한 눈에 감상 할 수 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태평염전은 단일염전으로는 최대 규모로 여의도의 두 배인 140만평이라고 하니 그 막대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소금밭 전망대에 올라서 바라보는 태평염전은 그 어떤 풍경에도 비할 수 없다. 눈부신 소금 결정은 보석과 같이 빛나고 있고 바둑판 모양의 염전은 그 끝을 모르고 이어져 있다. 염전을 따라서 3km나 줄지어 있는 66개의 대형 소금창고를 보는 것 또한 색다른 구경거리이다. 게다가 염전 옆을 가득 메운 칠면초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색이 일곱 빛깔로 변한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칠면초는 철마다 다른 색으로 갈아입고 그 자태를 뽐낸다. 이렇게 눈을 호강시켰다면 태평염전에서 직접 운영하는 솔트레스토랑에서의 식사로 또 다른 만족을 느낄 수 있겠다.
소금밭 전망대 근처에는 소금 박물관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바다, 소금 그리고 인류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가는 소금 박물관에서의 시간을 즐겨본다. 소금으로 조각해 놓은 작품들과 설치미술품들을 감상하며 이색적인 경험을 더해간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옆의 태평염생식물원에 들러서 평소에 쉽사리 볼 수 없는 염생식물을 감상해보는 것 또한 추천한다.
이렇게 소금밭 전망대와 그 주변 시설을 둘러 본 후에 멀리 염전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을 감상하며 제5코스를 마무리 짓는다면 그야말로 증도를 통째로 한 바퀴 돌아보았다고 할 수 있다. 증도에서는 그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고 한다. 아름다운 모슬길 따라 걸으며 천천히, 그리고 온전히 증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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