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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여수길<전남 완도군 청산도>

하늘금2002 2011. 9. 16. 14:57

 

 

청산 여수길<전남 완도군 청산도>

 

 

 

 

1구간 : 항/동구정/서편제길

청산도는 전라남도 완도 부근에 위치한 섬으로, 인구 6천명이 거주하고 있다. 부속 도서가 모두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할 만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다. 산과 바다, 하늘이 모두 푸르다 해서 청산(靑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어 이후 청산여수라고 불리고 있다.

한편, 청산도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국제공인을 받은 곳이다. 슬로시티는 빠름과 경쟁보다는 여유로운 호흡으로 전통과 문화, 그리고 자연의 가치를 유지하며 살아가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청산도는 섬 전체가 이런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진정한 슬로시티이다.

청산여수길의 제1코스는 도청항에서부터 서편제와 봄의왈츠 촬영장까지 이르는 길로 약 5.7Km의 탐방로이다. 청산도에 가기 위해서는 완도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야 한다. 청산도로 가는 내내 다도해의 장관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섬들이 남해안에 걸쳐 펼쳐진 모습이 정겹다.

배를 타고 약 50여분. 청산도 도청항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왜 청산여수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아담하고 깨끗하며 조용한 바다와 섬이 여행객을 반긴다. 항구에 내리면 ‘아름다운 靑山島’라는 대형비석이 나타난다. 이제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청산도 길 투어의 시작이다. 도청항을 빠져나가면 청산도의 여유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바다를 따라 난 길, 항구에 정박한 배들, 그리고 바다에 펼쳐진 섬들. 이 모든 것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길을 따라 나가면 이내 도락리 마을로 접어든다. 70년대 시골마을 풍경을 옮겨놓은 듯한 모습과 넉넉함이 추억에 잠기게 한다. 고추, 마늘, 콩 등의 심어져 있는 마을 텃밭이 눈에 띈다. 마을 돌담을 따라 걸으며, 청산도 주민들의 삶도 함께 보인다. 마을 곳곳이 마치 생활사박물관 같다. 돌담과 집, 그리고 밭이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여유롭고 조용하지만 부지런히 몸을 놀린다. 마을을 지나 펼쳐진 논에는 모내기로 분주한 아낙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일일이 손으로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한쪽에는 바다, 다른 한쪽에는 밭, 그리고 또 다른 쪽에는 산이 놓여있다. 그리고 그 사이를 걷는다. 시선을 어느 곳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여유롭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고 아름답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언덕을 지나 봄의왈츠 세트장으로 향했다.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아 감탄을 자아낸다.

곧이어 서편제 세트장이 나타난다. 세트장을 내려오는 돌담길은 서편제의 유봉일가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던 곳이어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돌담길을 따라가니 청보리가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고 코스모스가 수줍게 볼을 붉히고 펼쳐져 있다. 4월에는 이곳이 유채로 가득하다고 한다.

청산도 슬로길 1코스의 마지막 코스인 화랑포 전망대로 가는 길. 청산도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길을 걷고 있노라면 마치 신선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청산에 살어리랏다’ 라는 말이 생긴 것은 아닐까? 천천히, 하지만 오롯이 청산도의 곳곳을 즐기며 1코스를 마무리 짓는다.

 

 


2구간 : 연애바탕길

 

청산여수길의 2코스 연애바탕길은 당리 화랑포에서 구장리 앞개까지 이르는 길로 탁 트인 해안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해안절벽길이다. 연애바탕길의 시작에는 ‘위험구간’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는데다가 길옆으로는 안전을 위해 간이 난간까지 만들어져 있다. 이 쯤 되다보니 제법 겁나는 길인데 어째서 이름은 연애바탕길이라 지어졌는지 의아하기 마련이다. 평탄한 길은 걷기에는 편하나 쉽게 잊히기 마련이고 험난한 길일수록 걸을 때는 힘들어도 걷고 난 뒤에는 기억에 남는 법이다. 더욱이 그 험한 길을 같이 걷는 이가 있다면 살면서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이 연애바탕길도 길이 험해 서로에게 의지하며 걷게 되니 그 추억이 연애의 바탕이 된다 하여 이름 지어졌다 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이어간다.

길의 첫 출발점은 화랑포이다. 화랑포는 ‘화창한 날씨에 바라다 보이는 앞바다의 파도가 마치 꽃처럼 보인다.’ 하여 화랑포로 불렸으며, 옛 선비들도 그 아름다움에 취해 풍류를 즐겼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화랑포 길을 돌아오면서 보이는 새로운 청산도의 경치에 마음이 쉽사리 열린다. 깎아지는 듯한 절벽과 산을 둘러가는 길이 혼재된 길을 따라 가다보면 종종 나무가 열린 곳에 펼쳐진 바다의 풍경이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다.

특히 코스 중간에 청산도의 섬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례풍습이 남겨져 있어 탐방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초분이라 불리는 풀 무덤이 바로 그것. 초분은 관을 땅위에 올려놓은 뒤 짚이나 풀로 엮은 이엉을 덮어두었다가 2~3년 후 남은 뼈를 땅에는 묻는 풍습이라 하는데, 청산도 지역의 독특한 문화유산으로 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배울 수 있는 자원이다.

가파른 산길을 지나다 보면 종종 낭떠러지도 등장한다. 산비탈이 가파르고 바위가 들쭉날쭉하여 다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바위에 고정된 나무기둥과 안전로프가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한결 수월하게 도와준다. 하지만 한눈을 팔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멀리 해안가에 위치한 바위가 보인다. 파도가 넘실거리며 바위 위에서 부서진다. 하얗게 흩어지는 바닷물에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걷다보니 길 한 편에 빨간 우체통도 눈에 띈다. ‘느림우체통’이라 이름 붙여진 우체통을 보면서 그 아이러니함에 웃음이 났다. 느림의 왕국에서는 우편도 늦게 가는 것인지, 가긴 가는 것인지, 이곳에 편지를 넣어도 되는 것인지 궁금증을 품어 본다. 우체통을 뒤로 하고 10여분 정도를 걸으니 읍리 갯돌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발을 디딜 때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조용히 들린다. 갯돌들이 햇볕에 비추어 반짝인다.

이제 화랑포부터 구장리까지 이어지는 길도 끝을 보인다. 걷는 동안 절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설레고 아름다운 기억도 쌓을 수 있다면 그만큼이나 걷고 싶은 길이 또 있을까. 마음에 품은 사람과 함께 걷는다면 험한 해안 절벽도 가벼이 걸어질 것이다.

 

 

 

3구간 : 낭길

 

구장리 마을부터 권덕리 마을까지 난 길인 낭길. 마을 주민들이 이웃 마을로 마실 갈 적에 걷던 바로 그 길이라고 한다. 낭떠러지 길이라 하여 낭길이라고 이름 지어진 이 길은 1.8Km의 짧은 코스이지만 해안절벽을 따라 난 낭떠러지 길을 탐방하는 코스여서 약 40분이라는 제법 긴 시간이 소요된다. 낭길은 걷는 내내 푸른 소나무와 푸른 바닷물이 어우러져서 그야말로 청산의 자태를 뽐내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모래 하나 없는 둥글둥글한 구장리 갯돌 해안을 걸어 성큼 낭길로 들어선다. 신고 있던 신을 벗고 맨발로 그 모나지 않은 돌 위를 걷고 있자면 돌알 하나하나의 둥근 느낌이 발끝으로 느껴진다. 해안 옆으로 부드럽게 치고 있는 파도의 노랫소리를 음악 삼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해안경관이 그대로 보이는 청산에 올라 있다.

초입에는 아주 가파른 길이 나타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오롯이 산으로만 올라야 하기 때문에 천천히 걷는 것이 좋다. 황토색의 흙 속에 박힌 작은 디딤돌들이 그나마 편한 여행을 가능케 한다. 길은 갈림길도 없이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진다. 길 중간 중간 <슬로길>이라는 표지판과 파란 화살표가 다소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이곳이 길임을 다시 상기 시킨다. 한쪽에는 나무, 그리고 또 다른 한쪽에는 절벽이라는 기이한 구조를 걷노라면 어느새 자연에 푹 빠지며 평온해진다. 간간히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산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발아래 푹신한 흙이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준다.

한적한 길을 걷다보면 이따금 나무가 열린 곳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곳엔 어김없이 청산도의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하늘이 바다인 듯, 바다가 하늘인 듯, 그 경계가 어른어른하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청산만 있는 이곳엔 푸름만 존재한다. 그래서 청산도.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땅이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게 된다. 낭떠러지를 따라 난 길. 한눈을 팔다 발을 잘못 디디면 푸르른 바다에 몸을 담가야 하는 길임을 다시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산길을 향한다. 숲속으로 난 나무들, 절벽 비탈위에 자리한 나무들의 생명력이 존경스럽다. 저 멀리 권덕리의 작은 해변이 나타난다. 파란 하늘 아래 나무 한 그루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원래 권덕리 근처의 주변 갯바위에서는 돌돔, 참돔, 감성돔 등과 같은 고급 어종의 곧잘 잡히는 천혜의 낚시터가 즐비해서 낚시꾼들이 알음알음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느릿느릿 청산여수길을 따라 걸으며 그 풍경에 한껏 취해도 보다가 홀연히 멈춰서 푸른 바다에 낚싯대 하나 척 드리우고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4구간 : 범길

범길은 권덕리에서부터 말탄바위를 지나 범바위 까지 오르는 길로, 청산도 뿐 아니라 남해의 비경을 두 눈 가득 담을 수 있는 코스이다. 총 거리는 1.8km로 비교적 짧지만 산세는 가파른 편이다. 하지만 해안절벽을 걷는 것이 아니라 범바위를 둘러보는 등산길이기 때문에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발해보자. 또한 가는 곳곳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비경이 발걸음을 보다 가볍게 해 줄 것이다.  


시작은 권덕리 공동우물이다. 공동우물에서 목을 축인 후 다시 발걸음을 돌려 범바위 방향으로 향하자. 계속 되는 오르막이기에 조금 벅찰 수 있지만, 천천히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이르는 그런 길이다.
권덕리에서 말탄바위까지는 수월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계속 걸으니 오른편에 뾰족하게 솟아오른 ‘말탄바위’가 나타난다. 이제 조금 많이 올라왔나 보다. 조금 힘이 들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오를 때마다 아름다운 청산도의 비경이 점점 또렷해지기 때문이다. 바다, 하늘, 마을들이 조금 작아지지만 그 아름다움에는 점점 푸름이 더해진다.

산길이 끝나면서 말탄바위를 오르는 가파른 바윗길이 나타난다. 높지는 않지만 경사가 가파르게 되어 있어 안전 펜스와 로프가 튼튼하게 설치되어 있다. 말탄바위 위에 오르니 또 다른 비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저 멀리 꽤나 높은 곳에 범바위가 보인다.

범바위로 가기 위해 바위 아랫길로 내려간다. 범바위로 가는 길은 산을 따라 구불구불 나 있다. 마치 한라산 정상으로 향하는 곳에 펼쳐진 길처럼 비탈길 주변으로 바위와 길, 그리고 흙이 길을 따라 펼쳐져 있다. 범바위는 호랑이가 바위를 향해 포효한 소리가 자신의 소리보다 더 크게 울려와서 자신보다 더 큰 호랑이가 있는 줄 알고 섬 밖으로 도망쳤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이다. 범바위, 호랑이가 바위의 울림에 놀란 것이 아니라 산길에 놀랐던 것이 아닐까? 오르막이 끝없이 이어지는 듯 힘들다. 하지만 높을수록 멀리 본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눈에 들어오는 범바위가 커질수록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이 더 멋지게 나타난다.


범바위에 도착하니 범바위 전망대와 휴게소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다. 차를 통한 이동이 가능하여 더욱 그러한가 보다. 모두 옹기종기 모여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남해안의 절경이어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연신 셔터소리가 들린다.


전망대에 서니 그동안 걸었던 길들이 한눈에 보인다. 저 멀리 범바위를 향해 걸어오는 사람이 점처럼 작다. 파란 바다와 푸른 하늘이 바람을 타고 함께 나타난다. 날씨가 좋은 날은 제주도가 바람을 타고 온다고 한다. 바다 위에는 양식을 하는 어선들이 굼뜨게 움직이고 있다.

 

 

 

5구간 : 용/들/돌담/들국화길

 

범바위에서 나서 칼바위로 다시 향한다. 용처럼 꿈틀거린하고 하여 이름 지어진 용길을 따라가는 이 길은 범바위를 넘어가면서부터 시작이다. 산길 양 옆으로 작은 풀들이 일렬로 서있다. 마치 길 안내를 하는 듯한 모습을 띄는 것으로 보아 일부러 조성한 모양이다. 용길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다. 맞은편 길에는 산을 따라 지그재그로 난 산길이 눈에 띈다. 마치 중국의 차마고도를 옮겨놓은 듯하다.

내리막을 따라 내려가니 낭떠러지 방향으로 근사한 풍경이 또다시 펼쳐진다. 청산도 전체가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남해안의 비경을 담고 있다. 낭떠러지를 따라 용길이 이어지듯 청산도의 풍경도 이어진다.

산을 내려오니 맑은 물이 해변 쪽으로 흐른다.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는 물이 무척 신기하기만 하다. 이내 해변이 나타난다. 걸을 때마다 돌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몽돌이 여행객을 반긴다. 파도가 부딪치며 하얗게 부서진다.

해변을 지나 걸으니 어느새 잘 닦여진 포장도로 위에 서있다. 길을 따라 이름 모를 야생초들이 수줍게 피어있다. 산속으로 이어지듯, 바다로 이어지듯, 길은 조용히 여행객을 안내하고 있다. 전봇대가 눈에 띈다. 민가가 가까이에 있으리라. 목을 축일 생각을 하며 발걸음에 힘을 붙인다. 돌담 모퉁이를 돌아 걸으니 알록달록 칠한 지붕이 멀리서 보인다. 청계리 마을일 것이다. 조금 더 걸으니 돌담이 소박한 청계리 마을에 도착했다. 산비탈을 따라 깨끗이 정돈된 구들장논이 펼쳐져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시골마을이다. 논바닥에 구들처럼 돌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부어 만든 구들장논은 자투리땅 하나도 놀리지 않으려던 섬사람들의 애환이 담겨있다.


한편 산비탈에는 비탈을 따라 푸른 다랭이논이 펼쳐져 있다. 인간의 생존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듯하여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청계리 마을을 넘어, 계곡을 따라 다랭이논은 장기미 해변까지 이어진다. 이 땅들이 오랜 과거부터 청산도를 먹여 살렸을 것이다.

논길과 뚝방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지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바다가 가까워짐을 알려준다. 이내 어디선가 파도소리가 들리고 계곡물과 해수가 공존하는 장기미 해안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