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금
퇴계 오솔길<경북 안동> 본문
퇴계 오솔길
퇴계 이황(1501∼1570)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극찬한 퇴계 오솔길. 어린 퇴계가 숙부인 송재 이우에게서 학문을 배우기 위해 다니던 낙동강 오십리 강변길이다. 지금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옛 모습을 많이 잃었지만 어린 퇴계는 글을 배우기 위하여 자신의 태실에서부터 청량산까지 오십리 낙동강 강변길을 홀로 걸었을 것이다.
퇴계오솔길의 시작은 도산서원이다. 도산서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안동터미널 근처 교보빌딩에서 도산서원행 버스를 타야 한다. 퇴계가 후학양성 위해 지은 도산서원을 탐방하다 보면 어느새 조선시대 유학자가 된 듯 발걸음도 조심스러워 진다.
도산서원에서 고갯길을 지나 퇴계종택으로 가는 산길을 걸어보자. 도산서원 주자창에서 200M 쯤 올라간 고갯길의 첫 번째 주차장 길옆으로 난 산길을 이용하면 된다. 종택의 앞으로는 맑고 깨끗한 시냇물이 흘러 청량한 마음이 들게 한다. 퇴계종택에서 돌계단을 따라 건지산으로 올라가면 퇴계이황의 묘소가 나타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도 좋을 듯. 묘소에서부터 아스팔트길과 논길, 강변 제방길을 차례로 따라 걷다보면 이육사문학관, 도산청소년수련의 집이 차례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길을 지나 청량산 조망대에 이르면 강변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나타나고, 강변길을 따라 퇴계오솔길의 본격적인 도보코스인 퇴계녀던길이 시작된다.
퇴계가 다녔던 길은 첩첩산중을 유창하게 흘러가는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길로, 농암종택, 고산정 등이 주요코스이다. 퇴계 이황이 거닐던 오솔길 따라 다시 걸어보는 이 길은 낙동강 상류의 비경지대로, 강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다. 퇴계가 걸었던 과거와 다름없이 아름답다. ‘책 읽기는 산에 오르기와 마찬가지’라는 퇴계의 시처럼 도산서당에서 청량산 오산당까지 하루 종일 걸었던 퇴계의 모습이 퇴계오솔길에 고스란히 남은 듯하다. 고갯마루에서 농암종택을 잇는 3㎞ 길이의 강변길은 전형적인 오솔길이다. 수풀을 헤치고 고갯길을 내려서면 폐가를 방불케 하는 허름한 가옥 몇 채가 나타난다. 퇴계가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고 한 낙동강 상류의 절경은 이곳에서 그 빛을 발한다.
굽이굽이 강을 따라 가던 길은 확 트인 강변을 만나 일직선이 된다. 둥글둥글한 돌과 시원한 물줄기가 길동무가 되어준다. 강변을 벗어나자 다시 산을 오른다. 인적 드문 산속에는 산딸기 천지이다. 조금 더 가니 강변에 ‘경암(景巖)’이라 불리는 바위가 있다. 경암을 지나니 곧이어 한속담(寒粟潭)이다. 상류 쪽으로 기암절벽과 농암종택, 그리고 멀리 산안개 피어오르는 청량산 자락이 펼쳐진다. 퇴계가 사랑할 만한 절경이다.
연인나무를 지나면 미루나무 사이로 농암종택이 나타난다. 농암종택은 1975년 안동댐이 들어서면서 수몰을 피해 여기저기 흩어졌다 다시 모였다. 농암종택 앞의 절벽은 벽력암으로, 태백에서 떠내려 온 뗏목들이 절벽에 부딪혀 우레 같은 소리를 냈다 해서 얻은 이름이라 한다.
고산정은 안동팔경중 하나로, 가송협의 절벽아래 위치한 정자이다. 정자 주위로 외병산과 내병산이 둘러 앉아 있어 절경을 이룬다. 이 고산정에서 퇴계가 여러 편의 시를 남겼는데, 퇴계오솔길을 걸으며 퇴계가 남긴 시를 찾는 것 또한 의미가 될 것이다.
이 이후로 강의 구비마다 도영담, 월명담, 한속담, 미천장담 등의 소가 이어져 있고, 취벽, 계주암 등의 바위 절경이 강을 따라 펼쳐지니 퇴계 오솔길을 걸으며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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