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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남정간(14) : 배토재~옥산~고운재

하늘금2002 2007. 5. 11. 15:26

낙남정간 14일차

배토재 - 고운재

<2003. 4. 13(일), 쾌청>

 

<지형도>

 

 

◈ 구간개요

<배토재 - 옥산 - 돌고지재 - 양이터재 - 길마재 - 790.4봉 - 고은재>

   날씨가 좋으니 출발이 산뜻하다. 배토재부터 갑자기 고도를 높이니 지난 몇 일간의 산행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산세와 고도 그리고 주변의 경관을 보며 지리산 자락으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한다. 돌고지재 이후 산불 피해가 막심하다.

중간 탈출로는 양이터재, 길마재, 고은재가 적당하고 능선을 벗어날 경우는 신중을 요한다.

개인별 차이가 있겠지만 배토재↔돌고지재 3시간, 돌고지재↔길마재 4시간 30분, 길마재↔고은재 3시간 정도 소요되겠다.

곳곳에 잡목이 길을 막는다. 특히 길마재 이후 고운재까지 산죽은 숲을 이루고 있어 안면 보호를 위하여 투명플라스틱 캡이라도 써야 안심할 수 있겠다.

 

◈ 후기

   ▶ 배토재    6:10

       (주) 범우 공장 좌측으로 우회하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마루금으로 오른다.

알람을 3번이나 울리게 했는데 못 들었으니 지난밤에 단잠을 이룬 듯 몸이 가뿐하다.

오늘 운행구간은 배토재에서 길마재까지로 했는데 고운재까지 갔으니 이번 산행은 알바, 돌바, 갈바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


    ▶ 묘지(500봉)    7:15,  7:30 발

       천황산 이후 처음으로 산행 묘미를 느낀다.

산세가 다르니 생태와 습생도 다르고 그 흔하던 과수원도 보이지 않는다.

마루금 가운데 자리 한 묘지가 쉬어가기에 좋을 것 같아 휴식 겸 아침밥을 먹는다.


    ▶ 옥산(천왕봉 활공장)    7:45

       철쭉은 벌써 붉은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성질 급한 것은 그새를 못 참아 붉게 피어 낙남 길을 찾아든 이방인에게 그동안 정이 들었던지

가지 말라 발목 잡으며 몸 짓 하는 것 같다. 지형도에 옥산의 정상은 마루금을 비켜서 있다.

진주지역 활공비행장소로 활용하는 모양이다.

정상은 나무 한그루 없어 조망이 좋고 지나온 정맥이 꿈틀대듯 한눈에 다가오며 가야할 길도 뚜렷하다.  


    ▶ 526.7봉(삼각점)

       온 몸으로 억새와 잡목을 헤집고 나오니 임도가 조림지 까지 이어진다.

조림지 봉우리를 가볍게 넘으니 또 가지 말라 애원하듯 잡목이 겹겹이 길을 막는다.

앞에 스틱! 어깨 스틱!, 옆에 스틱! 자세를 바꾸어 가며 통과한다. 삼각점을 확인하고 고도계를 맞춘다.

 

   ▶ 돌고지재    9:00

      산불감시초소에서 돌고지재가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 억새 무성한 정맥의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돌고지재는 횡천면과 옥종면을 잇는 포장도로가 지난다.

고개마루 우측은 농장이고 마루금의 절반을 절개하여 농장을 조성하였다.

표지기가 건너편 대나무 숲에 붙어 있다. 접근하여 등산로를 찾는데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몇 번 진입을 시도하여 대나무밭과 잡목지역을 통과하여 “사유지 농장으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팻말을 지나 임도를 따라간다.

이곳도 표지기가 자취를 감춰 의아심을 느끼게 한다. 포장도로가 마루금을 옆을 지난다.


      농장철문을 지나 요란하게 표지기가 달려있고 포장도로와 마루금이 접한다.

대나무 촘촘한 대밭을 억지로 통과하여 원성을 사며 개인사유지를 무단출입할 필요 없이

돌고지재에서 좌측으로 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마루금으로 오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다.

얼마전 산불이 났는지 불에 탄 나무가 널려있고 억새 무성한 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새벽 5:00에 길마재에서 출발 했다는 부산의 낙남종주대 10여명을 만난다.

마산 무학산 이래 처음으로 마루금에서 조우하는 사람들이다.


    ▶ 양이터재    12:10

       600미터 내외의 능선이 길게 이어지다 양이터재에서 잠시 고개를 낮춘다.

옛 고개 흔적이 난 곳을 지나 임도시설 공사 중인 곳을 건넌다. 양이터재 못 미쳐 발바닥에 힘줄이 선다.

오르막길에 통증을 느껴 걸을 수가 없다. 통증도 다스릴 겸 점심을 먹기로 한다.


        휴식 중 인기척에 고개를 드니 인근지역 주민이 “여기등산로가 있느냐”고 되물으며 지난다.

또 아주머니 한분이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지나고 아저씨가 뒤따라간다.

진행속도와 느낌이 “거북이부부” 같아 여쭤보니 그렇다고 한다. 오늘은 여러분들을 만난다.

이후 거북이 부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귀가 길까지 함께하게 된다.


     ▶ 길마재    13:45

        좌로 하동호를 내려다보며 굴곡 없는 능선이 계속된다.

전후좌우로 우람한 산세가 위용을 자랑하고 나는 이제 서야 지리산 어느 한 자락 깊은 곳에 서 있음을 느낀다.

이 겨울동안을 함께한 낙남의 종착 영신봉이 가까이 있음을 확인하며

지리산은 나에게 마치 어미의 품 인양 어서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길마재는 산자락을 따르는 비포장도로이며 전봇대가 가설되어 있다.

내가 소지하고 있는 “**문화사”의 교통지도에는 길마재가 지방도가 지나는 포장도로 표기되어 있다.

나는 이곳이 뒷독매로 연결된 곳인 줄 착각하여 길마재를 건너 700봉을 향해 오른다.

 790,4봉 삼각점에 이르러서야 길마재를 지나쳤음을 확인하고 내친김에 고운재까지 진행하기로 한다.


    ▶ 790.4봉    14:45

       이틀 동안의 연속산행 때문인지 서너 번을 쉬고 난 후 힘겹게 790.4봉에 올라 삼각점을 확인한다.


     ▶ 고운재    16:55

        고도는 더욱 높아지며 산죽이 진로를 방해한다.

엄청난 산죽 숲이 터널처럼 미로처럼 곳곳에서 담장을 치고 때로는 할퀴고 때로는 배낭을 끌어당기고

온 몸을 던져야 하는 심한 몸싸움 끝에 조금씩 길을 열어준다.

이제 낙남을 뒤로하는 내 마음도 서운함이 가득한데 낙남은 가지마라 애원하듯 산죽을 내세워 갈 길을 막는가 보다.

중간에 탈출로를 찾으려 기웃거리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

봉우리를 넘지 않고 우회하면 조금 편할까 싶어 하산 길을 인도하는 부산의 모 일간지 근교산행 취재 팀의 표지기를 따라갔다

산죽과 몸싸움만 하다가 되돌아선다.


         물이 바닥나고 더운 날씨에 피로가 누적돼 30-40미터 봉우리 하나만 넘어도 나는 땡칠이가 되어 길바닥에 퍼질러 앉는다.

무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씩 걱정이 된다. 무엇보다 지리산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어떻게 얼마나 가야하는지 불안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거북이 부부에게 신호를 보내니 이내 도착한다.

우선 여분의 식수를 부탁하고 얼마나 가야하는지를 물어본다. 1시간여 걸린다하니 우선 안심이 된다.


        우측으로 지도에 없는 저수지가 보이고 얼마 되지 않아 고운재에 도착한다.

심야 유휴전력으로 물을 끌어올려 전력을 생산하는 지리산 양수 발전소 상부댐이라 한다.

미리 와 있던 거북이 부부께서 반갑게 맞으며 건네주는 사과 한쪽이 꿀맛이다.

낙남의 마지막 산행지가 될 지리산국립공원지역은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다.

낙남의 마무리산행은 경방해제이후가 될 것 같다. 오늘 산행이 다소 무리였지만 다음 산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에 기분이 좋다.


        고운재 고갯마루에서 지나는 지프에 도움을 요청하니 나는 진주에 내려주고 거북이 부부는 김해까지 동승하게 된다.

벚꽃 철이 지났는데도 하동호를 따라 이어지는 벚꽃나무에는 마치 수만 마리의 하얀 나비가 어우러져

날개 짓 하는 모양 흐늘거리는 벚꽃의 군무를 본다. 차량편의와 친절한 안내에 감사합니다


교통 및 숙식

   ▶ 교통

      ♠ 하행 : 서울역 무궁화 22:00발 - 진주역 4:50착(23,400원)

      ♠ 들머리 및 날머리

         * 진주역 → 솔티고개(덕천주유소, 택시 11,500원)

         * 배토재 → 북천면(버스 800원) → 옥종면 온천지대(택시 10,000원)

         * 옥종면 온천지대 → 배토재(택시 8,000원)

         * 고은재 → 진주(히치하이킹)

      ♠ 상행

         * 진주→서울(우등고속 21,300원)

   ▶ 숙식 : 모텔(3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