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금
낙남정간(13) : 솔티고개~223.2봉~배토재 본문
낙남정간(13,14) : 가지 마라 길을 막는 낙남처녀 낙남정간 13일차 솔티고개 - 배토재 <2003. 4. 12(토), 비온 후 갬>
<지형도>
◈ 구간개요 <솔티고개 - 내동공원묘지 - 223.2봉 삼각점 - 원전고개 - 배토재> 마루금은 솔티고개서부터 산세를 갖추려는 몸짓을 하나 아직도 곳곳에 공원묘지, 과수원, 농원, 도로가 지나고 파헤쳐져 막바지 중병을 앓는 듯 하다. 남서로 향하던 마루금은 223. 2봉에서 북서로 방향을 바꾸며 지리산을 향한다. 간간이 오솔길 같은 솔밭이 이어지다 오랑동마을 2번 국도를 만나며 산세가 미미해지고 또 한번 파헤쳐진다. 이후 굴곡 없는 산세가 배토재까지 이어지며 좌우로 군데군데 과수원이다.
◈ 운행기록 ▶ 진주역 4/12(토) 4:45 전날부터 계속되는 봄비가 오후 들어 멎는다. 비 오는 날을 골라 길 떠난다고 걱정 하는 식구들에게 미안함을 감추며 낙남으로 향한다. 밤새 달려 진주 역에 도착하니 조금 전까지 비가 온 듯 빗물이 흥건하다. 차내가 소란스러워 졸매 깨매하다 보니 개운하질 않다. 편의점에 들러 랜턴용 건진지를 사고 할증 40% 택시요금으로 솔티고개를 향한다. 11,500원이 나온다. ▶ 솔티고개 5:10 고개마루 SK주유소 앞에서 내려 맞은편 2번국도 확장공사장 절개지를 올라 마루금을 따라 간다. 공사장은 빗길에 진창 이고 보일 듯 말 듯 이슬비가 내린다. 나뭇잎은 새벽녘 단잠을 깨운 화풀이라도 하듯 간밤에 내린 빗물을 머금고 지나는 나그네의 발목에 뿌려댄다. ▶ 내동 공원묘지 입구 6:10 날씨가 흐려 더디게 날이 샌다. 숲길을 지나 내동 공원묘지다. 빗물을 피할 요량으로 방수 덧옷으로 갈아입는다.
▶ 내동 공원묘지 끝 6:45 마루금은 숲과 공원묘지의 경계를 따라가다 묘지 끝 공터에서 숲으로 올라 우로 90도로 휜다. 10여분을 더 내려가니 사천시 곤명면과 곤양면을 연결하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지나고 마루금은 건너편 대밭으로 이어진다. ▶ 밤농원 7:35, 7:55 출발 묘지 5기 옆으로 시멘트 농로가 지난다. 밥을 지고 가기 보단 뱃속에 넣고 가는 게 짐도 덜고 기운도 차리고 양수겸장이다 싶어 묘지 뒤편 고른 잔디 위에 은박매트를 깔고 아침상을 차린다. 김치, 포장 김에 밥을 물 말아 후르륵 이다. ▶ 독립농가 8:30 마루금 가운데 원예 관상수를 재배하는 농가 앞을 지나 임도를 따라 우측으로 오르나 길 흔적은 있는데 표지기가 없다. 우왕좌왕하다 다시 후퇴하여 임도 초입 마지막 표지기에서 길을 찾으니 마루금은 좌측 밭으로 올라 밭과 숲의 경계에서 좌측으로 휘며 내리막길이다. ▶ 2차선 포장도로 8:40 곤명면 성방리와 곤양면 묵곡리를 잇는 포장도로로 짐작된다. 표지기를 따르다보니 마루금을 약간 벗어나 위쪽 고개마루로 올라와서 마루금을 잇는다. 좌측 과수원으로 내려와야 연결이 자연스럽겠다. 풀 섶을 지나며 더덕 냄새가 진동하나 찾지는 못하겠다. 과꽃 터널이 반긴다. ▶ 223.2봉 9:40 마루금은 남서를 향하다 북서로 방향을 급선회하며 서서히 산세를 다듬어간다. 낙남 550리 길에서 가장 의미 있는 삼각점으로 생각된다. 지난 12월부터 시작한 13일간의 낙남 종주길이 방황과 배회의 길이었다면 이제는 그 마침표를 찍고 목적지 지리산 영신봉을 향해 가고 있음을 확연히 느낀다.
▶ 철탑 11:00 철탑 지나 임도가 뻥 뚫려있고 잘 발달된 능선이 이어진다. “철탑주변 이상유무 신고” 표지를 종주표지기로 알고 무심코 따르다 10여분 알바를 한다. ▶ 2번국도 11:55, 12:35발 숲에서 나와 임도 건너 과수원으로 접어든다. 산토끼 한 마리가 놀라 뛴다. 축사 뒤편 밭둑을 지나 경전선 철로를 건넌다. 호미로 우엉 심는 아낙이 정겹다. 진주를 지나서부터 2차선 2번국도의 차량통행이 뜸한데 곳곳에 고속도로 못지않은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다. 국도 건너 묘 자리가 펑퍼짐해 쉬어가기로 한다. 땀에 흠뻑 절인 덧옷을 벗어 말려도 은폐엄폐가 잘되 풍기문란으로 걸릴 일 없어 좋다. 언제 찌푸렸냐는 듯 날은 화창하게 개고 봄바람이 살랑거려 쾌적하기 그지없다. ▶ 밤재 14:00 길이 완만해 룰룰랄라 넘을 줄 알았더니만 묘지 너머 바로 국도 확장공사중이다. 정맥은 흉하게 일그러져 있다. 절개지를 좌측으로 우회하여 거북이 부부가 보수하였다는 표지기를 따라 간다. 폐가를 지나 썩은 나무뿌리를 모아놓은 공터를 배회하다 표지기가 안보여 돌아 나와 다시 폐가 앞에서 우측으로 난 임도를 따라간다. 묘를 지나 표지기도 끊기고 길이 없는 솔밭을 뚫고 과수원을 지나는 임도에 선다. 임도는 숲과 과수원의 경계를 가르는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과 수원의 끝 솔밭으로 오른 흔적과 솔밭사이 글씨도 없는 빨간 표지기 하나가 달랑 걸렸다. 미심쩍어 다시 돌아 나와 우측으로 휘는 임도를 따를까 하다 그건 아니다 싶어 돌아 나온다. 선답자님들! 왜 표지기를 안 붙이셨나요? 무선산의 경험이 생생하여 고집 세우지 않고 임도 시작부분으로 원위치 하기로 한다. 표지기가 없어 우왕좌왕하다 과수원 좌측으로 내려다보이는 시멘트 포장도로에 내려가 마루금을 확인하기로 한다. 혹시나 했더니만 역시나 인가? 마루금은 원위치할 필요 없이 과수원에서 임도를 따라가다 능선 끝에서 좌측으로 휘며 솔밭으로 이어진다. 고집을 세우지 않아 손해를 보고 30분에 갈수 있는 길을 1:30이나 걸려서 간다. 씩씩거리며 밤재고개에 올라 열을 식힌다. ▶ ? 삼각점 15:20 전망 없는 평탄한 솔밭 숲을 따라간다. 솔밭에 난 길은 솔잎이 깔려 사람 다닌 길과 안 다닌 길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지형도에도 없는 삼각점이 나온다. 간만에 전망이 트인다. 삼각점 옆 솔밭에 걸린 표지기를 10여분 따라가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다시 삼각점으로 원위치 했더니만 지나온 길을 가고 있지 않은가? 고집을 세우지 않아 링반더링을 면했으니 밤재 고개의 실수를 만회한다. ▶ 배토재 17:00 좌우로 과수원을 넘나들며 조금씩 조망이 트이고 도로와 민가가 보인다. 잘 꾸민 묘지 10여기를 지나 배토재에 도착한다. 마루금 우측에 민가 몇 채가 있고 건너편은 공장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하동군 북천면과 산청군 옥종면을 잇는 1005번 지방도가 지나며 버스가 왕래한다. 여정을 마감하고 북천행 버스를 탄다. ▶ 옥종온천 18:00 북천면은 숙박시설이 없고 옥종의 온천지대에 있다. 북천에서 택시를 타고 다시 옥종으로 가며 내일 아침 교통편을 예약한다. 옥종에는 온천탕과 모텔이 한 건물에 있으나 운영자가 달라 온천욕은 별도로 지불해야한다. 그 외 식당과 편의점이 있고 여관이 있어 숙식과 산행준비에 불편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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