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금
낙남정간(10) : 추계리~무량산~제일목장 본문
낙남정간 10일차
추계리~無量山群~제일목장
<2003. 3. 23(일), 맑음>
<지형도>
◈ 구간개요
<추계리 → 대곡산 → 무량산 → 백운산 → 제일목장>
어제의 산줄기가 특징이 없었다면 오늘은 대곡산, 무량산, 백운산으로 확연히 구분되며 조망도 좋고 능선도 잘 발달되어 있다.
대곡산은 낙남정간의 최남단에 위치한 산줄기로 해안 쪽은 가파르나 내륙은 목장지로 연결될 만큼 완만하다.
무량산은 마루금을 살짝 비켜나지만 백운산과 같이 조망이 일품이고
능선이 부드러우며 고성만과 함께 지나온 마루금과 가야할 마루금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 후기
▶ 고성읍 6:10
읍 소재지치고는 꽤나 여관이 많아 숙소 걱정할 일은 없겠다.
육식은 기본으로 3인분을 시켜야 한다나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나도 그렇게는 못하지 싶어 장소를 옮겼더니
염소불고기 한 접시에 반찬으로 따라나온 멸치 회가 소주 안주로 제격이다.
피곤한데다 반주를 더하니 초저녁부터 정신없이 잠을 잔 모양이다. 콜택시가 금방 도착한다.
▶ 추계재 6:30
고성면은 집수장 또는 개인취수를 하기에 수도료가 없다 하는데 세탁기도 제대로 사용을 못하는 등 급수제한이 있다 한다.
부포리 고개 부근은 한 겨울에는 고성에서도 눈과 얼음이 끊이질 않을 정도로 추운 지역이라 한다.
수도료가 아까우신 분께 고성면으로 이주를 권장해야되나.
잡담을 하는 사이 추계재에 도착하여 포장공사 중인 대곡산 고개를 오르다 보니
동트기 전에 밭에 나와 곡괭이 질을 하는 부지런한 아주머니가 계신다.
▶ 철탑 7:20
가파른 경사를 올라 능선에 서면 굴곡은 있지만 완만하고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전망이 트이는 철탑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하며 33번 국도를 바라본다.
▶ 대곡산 8:00, 8:35출발
굴곡 없는 능선을 따라가는데 웬 새까만 놈이 후다닥 비탈로 뛰길래 나도 뒤따라 뛰어보지만 나보다 빠른 놈이라 확인할 수 없었다. 철탑을 따라 방화선이 됨직한 벌목터가 끝나고 마루금 위로 목장경계인 듯 좌측으로 철조망이 쳐있고 목장길이 나있다.
낙남정간의 최남단 대곡산 정상에 내가 섰다.
표지석 없는 정상에서 삼각점을 확인하고 약간 비켜서면 고성만이 바라보이지만 전망은 별로다.
간밤에 내린 이슬이 마르지 않은 잡초 위에 오래 쉬어 갈 량으로 은박자리를 깔고 신발을 벗은 후 아침을 먹는다.
식당에서 싸온 공기밥을 물에 말아 김치에 먹으니 꿀맛이다.
▶ 목장진입로 8:50
대곡산 정상에서 가파른 내리막에 잡목지대를 지나고 좌측으로 목장 경계 철망에 붙었다 떨어 졌다를 반복하며
200여 미터를 내려와 마루금을 점령하고 있는 천황산 목장을 우회하여 좌측으로 도랑을 지나 완만한 임도를 끝까지 따라간다.
▶ 천황산 목장 봉우리 9:40
고성읍 선등식당, “팀, 마루금을 따라서”에서 주관하여 천황산 목장을 우회하는 등산로를 개척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미리 알았더라면 고성에서 만나볼 수도 있었을 터인데 아무튼 고마운 일이다.
철망 경계를 따르다 표지기를 놓쳐 긴가 민가 하는 심정으로 임도를 따라가니 정상에서 만난다.
▶ 화리치 10:03
부드러운 솔밭을 따르다 가파른 내리막에 잡목지대를 지나 마루금 옆을 지나는 비포장 도로를 만나고
평지 같은 능선을 진행하다 서서히 고개를 높인다.
▶ 무량산 안부 10:35, 무량산 10:40, 안부 10:50
화리치를 지나 완만하던 능선이 7부께 부터 급경사가 되며 무량산 안부에 이르러 마루금은 우측으로 휘며 무량산을 비켜간다.
배낭을 벗어놓고 정상을 갖다 오기로 한다.
어제 지나온 천황산 능선, 오늘의 대곡산 능선, 천황산목장, 고성만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어제의 무미한 산행을 확실하게 보상받는다.
낙남을 찾으시는 여러분! 무량산에 들르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틀동안 산행중 유일하게 정상표지석이 서있다.
삼각점을 확인하고 자동으로 기념촬영을 한다.
독수리가 머리 위를 맴돌며 나를 따라 다니는 듯해 신경이 곤두선다.
▶ 큰재 11:50
무량산의 부드러운 능선을 따르다 고성만을 조망하기 좋은 전망바위를 지나
200여 미터 뚝 떨어지는 급경사 끝에 화리치로 이어지는 도로가 자갈, 시멘트포장을 반복하며 지나간다.
전방 암봉 중반부 절터가 마루금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비포장로를 따라가는데 표지기를 놓친 것 같아 예감이 이상하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고개를 지나는 아스팔트 포장도로와 만난다.
좌측으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가 큰재를 만나게 되어 안도한다.
마루금은 전방의 암봉이 아닌 송전탑이 이어지는 축사 뒷편의 봉우리다.
무량산에서 내려와 비포장로를 건너 좌측의 축사와 우측의 사찰를 바라보며 큰재로 내려온다.
▶ 백운산 12:10
무량산에서 무려 250여 미터를 뚝 떨어져 다시 200여 미터를 치고 올라가야 한다.
도로 절개지를 올라 초입부터 급경사다. 가축 배설물 내음이 진동한다. 날이 풀리면 더욱 지독하겠다.
특징 없는 능선이 임도를 따라 암봉으로 이어진다. 적당한 곳에서 먹다 남은 찬밥 한 덩이를 물에 말아 후르륵 삼킨다.
상공에는 사냥감을 찾는 시베리아 독수리 떼가 일렬로 혹은 편대를 지어
그 매섭고 날카로운 눈초리를 번뜩이며 나를 따라다니듯 고공비행을 계속한다.
암봉 곳곳에 독수리 배설물이 흰 페인트를 발라놓은 것처럼 보인다.
통과에 주의를 요하는 암릉 길에 독수리가 공격해 오면 으메 잡것. 등골이 오싹한다.
어제와 오늘 산행을 계속하며 지형도에 표시된 올리베따 베네딕도 수도원이 의구심으로 남는다.
8일차 산행 때 독도와 지형지물 인식에 실패한 후 하산한 곳에 베네딕도 수도원이 있었고 나는 그곳을 배치고개로 알고 있다.
만약 그 베네딕도 수도원이 맞다면 나는 8일차 산행에서 배치고개와 성지산을 통과하여
경남 고성군 두정리에서 송계리를 지나는 1009번 지방도로에서 산행을 마감하였고 오늘의 산행은 백운산에서 끝나는 것이다.
▶ 제일목장 13:10
배치고개까지 가더라도 시간 여유가 있어 마음이 쫓기지 않는다. 암봉 너머 급경사다.
잡목 숲을 지나는데 우째 이런일이!
중치 돼지정도 크기의 독수리 한 마리가 땅바닥에 곤두박질쳐 애처롭게 누어있는 것이 아닌가?
발톱과 부리는 갈쿠리를 숫돌에 갈아 놓은 것 보다 더 날카롭고 한쪽 날개를 펴보니 1미터도 더 됨직 하다.
추락한지 얼마 안된데다 북 사면이라 부패하지 않은 것 같다. 주어가서 박제를 할까?
깃털, 발톱, 부리를 분해해서 장식감으로 가지고 갈까?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
지나 내나 귀찮을 것 같아 그냥 가기로 한다.
백운산은 앞뒤로 목장이 있다. 가축 배설물이 덮힌 목장지 경계철조망을 따라간다.
한쪽에는 소 떼들이 한가롭고 상공에는 예의 무시무시한 시베리아 독수리 떼들이 더 많은 무리를 지어
고공비행중이고 까마귀떼 등등 새떼들이 많다. 목장 좌측으로 흰색 건물과 건축중인 철골 구조물이 보인다.
빛에 바랜 제일목장 표지석이 우뚝하고 어! 도로 건너 낯익은 버스정거장. 그 베네딕도 수도원. 의구심이 현실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더 힘들지 않고 산행을 끝내지만 좀 찝찔한 기분이다.
흰색 소나타(경남45-78**) 한 대가 고개마루 정거장 옆에 가지런히 서 있다. 날 머리에 차를 세워둔 나 같은 사람일까?
싶어 반가운 마음이다. 차주인은 누구요? 지나는 승용차에 도움을 청한다. 주말 데이트중인 경상대학교 법학과 대학원생들이다.
방해가 되는 것 같아 가까운 버스정거장까지를 부탁했더니 서울까지 교통비가 싸다하며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 준다.
친절에 감사한다.
◈ 교통 및 숙식
▶ 교통
♠ 하행 : 3/21(금) 22:00 서울역발→3/22(토) 4:44 진주착(무궁화 24,300원)
♠ 들머리 및 날머리
* 진주역 →진주시외버스터미날(택시 1,800원)
* 진주시외버스터미날→사천(첫차 6:00부터 10분간격, 1,200원)
* 사천→돌장고개(택시 7,000원, 사천 개인택시)
* 추계재→부포리(도보 50분)→고성(히치)
* 고성→추계재(택시 11,000원, 고성 삼우콜택시 674-4002)
* 제일목장→진주(히치)
♠ 상행
* 진주→서울(시외버스터미날 우등 16,500원, 고속터미날 우등 21,300원)
▶ 숙식 - 여관(25,000원), 매식 및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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