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금
낙남정간(9) : 돌장고개~대곡산~추계리 본문
낙남정간 9일차 돌장고개~陽田山群~추계리 <2003. 3. 22(토), 맑음>
<지형도>
낙남 출발에 즈음하여 백두대간을 쥐락펴락 하는 ok mountain의 전.현직 나 홀로 대간꾼들의 하늘재 대회 소식이 들린다. 지난 가을 속리산 모임에서 창립한 “홀대모”의 첫모임이다. 홀로 대간을 완주했고 또 완주한다는 열정을 가진 산꾼들. 만나면 반가운 님들과의 해후를 뒤로 미루며 발길을 낙남으로 돌리고자 하니 마음이 무겁다. 지난 8일차 산행을 배치고개(?)에서 마감하였으므로 다음 산행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원칙이나 나.들머리를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고 있는 나로서는 현지의 교통편과 운행시각, 산행일정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해 고심하다 돌장고개→추계재, 추계재→배치고개(?)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변경하여 낙남 9, 10일차 종주계획을 세운다.(?의 의미는 나중에 알리라) ◈ 구간개요 <돌장고개→봉대산→양전산→대곡산(백운산)→천황산→추계리> 수시로 과수원과 목장을 지나며 300미터 내외의 특징 없는 산줄기를 오르내린다. 내내 전망이 없다가 천황산 암릉에나 올라 앞을 볼 수 있다. 나무 가지와 잡목, 가시넝쿨에 긁히고 할퀴기 예사고 산행을 마감할 때쯤이면 선명한 혈흔이 몇 군데 생겼을법하다. 높지 않은 산줄기가 이어져 오르내림에 힘들기는 덜하나 그렇다고 만만히 볼 수는 없겠다. ◈ 운행기록 ▶ 진주 역 4:44 배낭을 꾸리고 열차시간이 임박하여 바로 집을 나선다. 33살의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 직장을 갖고 대학에 편입하여 서울에 통학하는 평택 거주 만학 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든 사이 진주에 도착한다. 플랫폼에 새벽바람이 세다. ▶ 진주 합동터미널 5:00 사천 행 첫 버스는 6:00부터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택시기사가 붙임성 있게 호객을 한다. 일출 후 산행할 예정이라 급할 것이 없기에 내가 만만디다. 심야영업을 하는 포장마차에서 오뎅, 도넛 등 간단한 야식을 판다. 터미널 개관에 앞서 가게문을 여는 상인들이 분주하다. 진주는 서부 경남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다. 남부터미날로 연결되는 서울↔진주간 고속버스가 저렴하게 운행한다. ▶ 사천읍 터미널 6:30 현지인에 의하면 삼천포와 사천읍이 별개의 생활권인데 무리한 통폐합으로 지명, 관공서 이용 등 혼동이 잦다한다. 터미널 옆에 택시 차고지가 있다. “잘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속담을 “잘나가다 사천으로 빠진다”로 고쳐야될 모양이다. ▶ 돌장고개 6:50 택시기사에게 지도를 보여주고 지명을 설명하니 쉽게 찾아간다. 도로 확.포장이 한창이고 터널을 두 개나 굴착중이다. 오른쪽 두 개의 전신주 사이의 표지기를 확인하고 가파른 절개지를 따라 오른다. 맞은편 5-6기 묘가 있는 곳이 다음 산행으로 이어 갈 무선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이다. 얼마가지 않아 우측으로 골재 채취장이 나오고 임도를 따른다. 칡과 가시넝쿨이 어우러진 곳을 지나 과수원이다. ▶ 310봉 8:50 착, 9:15 발 삼각점을 확인한다. 봄바람이 살랑대고 햇살이 따사로운 화창한 날씨다. 삼각점 주변의 벌목 후 깔끔하게 사계청소를 하지 않고, 밑 둥의 허리 깨를 댕강 잘라낸 후 방치하여 눈에 거슬린다. 헬기장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 ▶ 두 번째 헬기장(409봉) 10:21 부드러운 솔밭 능선 길에 간혹 가시 잡목이 발목을 잡는 꾸준한 오름 길이다. 가파른 오르막 끝에 오늘 산행 중 가장 높은 지점에 이른다. ▶ 부련이재(도로포장공사 중) 11:23 고도 300미터 내외의 능선이 솔밭으로 이어진다. 잔솔밭은 빽빽한 소나무를 피해 몸을 이리저리 틀어가야 하고 풍우에 쓰러진 소나무가 어지러워 발 디딜 곳을 골라 가야하는데 큰 솔 아래는 넓고 여유로운 등산로와 부드러운 솔잎으로 푹신하다. 철탑 2개를 지난다. 남향 양지 바른 곳으로 꽃망울 머금은 진달래가 수줍은 듯 반긴다. 삼각점으로 양전산을 확인하고 부련이재 인 듯한 포장공사중인 고개에 닿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 임도 11:48 잡목이 무성한 가파른 오르막 끝에 다시 내리막을 달려 임도를 만나고 건너편은 다시 가파른 오르막이다. ▶ 대곡산(백운산) 12:30 임도에서 200여 미터를 가파르게 올라 소나무 능선이다. 삼각점을 확인하고 대곡산(백운산)으로 짐작한다. 전망은 없고 이름 모를 새소리가 정오의 정적을 깨고 나는 갑자기 무료함을 느낀다. 짐승의 것으로 보이는 동그란 모양의 배설물이 널려 있다. ▶ 비포장도로(1) 13:50 고도 380 미터 내외의 평탄한 능선이 계속되다 산불지대로 접어든다. 전방이 불에 탄 나무들로 어지럽고 황폐한 모습을 억새가 덮고 있다. 건너 야산에는 파란 지붕의 가건물이 눈에 띄고 곧 자갈이 깔린 비포장 도로가 나온다. ▶ 비포장도로(2) 14:10 예의 비포장도로가 이어지며 고개를 가르고 지난다. 좌측에 저수지와 마을이 보이고 우측 멀리 33번 국도가 지나 추계재 같은 느낌을 갖는다. 하산을 궁리하다 느낌이 아닌 것 같아 좀 더 진행하기로 한다. ▶ 시멘트 포장로 14:25 좌측 도로에 인접하여 저수지다. 비로소 천황산 안부에 있음을 확인한다. ▶ 천황산 14:50 안부의 삼각점을 확인하고 급경사를 힘겹게 올라 천황산 능선이다. 오늘 산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망이 확 트이는 바위지대 이다. 사위를 둘러보며 피곤이 밀려오는 육신을 눕히고 상념에 젖는다. 멀리 33번 국도와 고성만이 보인다. 반 토막 측량 봉 하나 달랑 꽂힌 암봉을 뒤로하고 천황산 능선을 힘겹게 지나다 추계재를 향하여 급하게 곤두박질 한다. ▶ 추계재 15:30 고성군 상리면과 대가면를 잇는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며 인근마을 추계리에서 그 이름을 따와 추계재라 부르는 이곳에서 9일차 낙남 종주를 마감한다. 전면 대곡산 방향 고개는 포장공사중 이고 마루금은 고개 중턱에서 우측 절개지를 따라 오른다. ▶ 부포리 16:10 스틱을 접고 신발을 털며 지나가는 운전자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지나친다. 시간이 충분하다 싶어 봄기운 완연한 시골길을 따라 걷기로 한다. 들판은 땅 갈이에 바쁘고 새참으로 내놓은 막걸리와 김치를 보고 입맛을 다신다. 언덕 위 빨간 담장이 아스라한 가르멜 수녀원 앞. 평생 기도와 은둔의 생활로 일체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가톨릭 수도회가 자리한 이 오지를 내 무슨 팔자로 지나는가 싶어 왈칵 솟구치는 것이 있다. 천리타향 낯 선 이곳 경상남도 고성 땅까지 밤새도록 기차 타고, 택시 타고, 버스 타고 또 택시로 갈아타며 묻고 물어 찾아와서 온종일 사람 그림자도 구경 못하며 긁히고 할퀴며 넘어지고 산길을 걸어 이 오지에 이르나. 우리 산줄기 한번 밟아 보자고 아무리 좋아서 하는 짓이라 지만 나 홀로 이방인이 되어 터벅터벅 시골길을 따라 또 걸어야 한다 말인가? 돈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우짜다 대간이란 걸 알았으면 그걸로 족할 일이지. 또 정맥이란 걸 알아 갖고 이 고생이란 말인가? 시린 마음 한구석에 아이고! 내 팔자야! 절로 탄식이 나온다. 오늘 하루를 넘겨야 할 일에 팔자 타령 할 시간도 없나 보다. 부포리 노인정에 들러 하룻밤 유할 것을 청하나 방장으로부터 부드럽게 거절을 당하고 고성 읍으로 입성하기로 하며 33번 국도로 나가 경찰 봉고 차를 세우니 호송 차라고 손을 짤래짤래 흔들며 통과한다. 불쌍해 보였던지 뒤따라온 지프가 문을 열어 주며 시외버스터미널 앞으로 데려다 준다. 진해에서 살다가 고성으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부부다.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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