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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9*정맥*

낙남정간~추억의 삼신봉

하늘금2002 2011. 12. 20. 16:41

 

 

추억의 삼신봉

거림~영신봉~삼신봉~고운동재

<2011. 12. 17(토), 맑음>

 

 

연속 8일간 낙남정간을 종주한다는 뚜버기님의 소식을 듣고

불현듯 지리산 영신봉에서 분기하여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곧게 뻗은 능선을 따라가며

천왕봉에서 노고단을 잇는 지리의 주릉을 한눈에 보고

첩첩산중의 깊은 골과 남해바다를 조망하는

추억의 낙남 길을 같이 가기로 한다.

 

이번 산행은 영신봉에서 고운동재까지 하산 길에 비 눈 먼지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그 악명 높은 묵계치 직전 부터 외삼신봉 직전 까지 2시간여 거리의 산죽은 참으로 대단하다.

산죽은 허리 목 눈 키를 넘나들다 터널을 만들고 산죽의 형세따라

몸둥아리를 이리저리 비틀어 트위스트를 치게 한다.

 

그뿐인가? 산죽밭의 불심검문...

불쑥 튀어나온 나무가지는 한눈 팔고 가는 사람의 목젖 눈두덩이를 갈기고

바닥에 깔린 부러진 나무가지는 힘에 부쳐 기계적으로 걷는 발걸음에 태클을 걸고

쓰러진 고목은 철조망 통과 훈련을 시키듯 위로 밑으로 우회를 시키다 맘에 안들면 배낭 뒤덜미를 잡아당긴다.

 

 

진주의 산 벗....

객꾼님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와

함께한 산우들 용또산님, 뚜버기님, 파키라님이 있어 더욱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 가득한 산행이었다.

 

이번 산행은 겨울철 거림~영신봉~고운동재의 하행길이었고

2003년 5월 중순경 산행은 고운동재에서 영신봉으로 상행하는 산행이어서 비교가 될 것 같아 아래에 넣는다.

 

 

 

묵계삼거리-고운재-삼신봉-영신봉

        <2003. 5. 17(맑음)>           

 

◈ 구간개요

 낙남정간의 마지막 구간이다.

하루 밤을 산에서 묵을 여정이라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어선지 산행할 생각은 접어두고 여기저기 기웃거릴 생각이 앞선다.

하동은 산천경계 수려하며 유서 깊고, 풍물 다양해 ...먹거리 풍부해... 시간이 있는 대로 기웃거려도 끝이 없을 곳이다.

산은 제철을 맞아 성숙함을 더하여 나그네를 유혹한다.

마루금은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하다.


고운재부터 첫 암릉지대까지 키를 넘는 산죽의 저항과 넘어진 잡목들이 진로를 방해한다.

묵계삼거리부터 오르니 하루에 올라야 할 고도가 힘에 부쳐 부담스럽다.

외삼신봉에 이르면 지리 주능선과 전후좌우의 조망이 한 눈에 들어오고

지리를 찾는 사람들과 반갑게 조우하며 낙남의 하이라이트를 만끽할 수 있다.

영신봉에서 삼신봉으로 곱게 내린 능선은 팔등신 미인의 나신보다 더 눈부시게 아름답고

수시로 조망되는 사위의 절경은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잡기에 충분하다.


◈ 후기 

    ▶ 하동역    6:04  

기차는 밤을 달려 나를 하동에 내려놓고 진주로 떠난다.

청학동행 첫차가 8:20이라  시간이 많다.

하동장은 끝자리 2, 7일에 서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다.

아직 시간이 일러 번잡하지는 않지만 각종 야채와 과일, 잡화가 길거리에 깔리고 장꾼들은 장 맞을 채비에 바쁘다.


하동장은 길 따라 길게 늘어지고 꺾였다가 그러그러게 이어가며

찹쌀 두 됫박, 파란 콩 한 됫박, 마늘, 오이, 고추, 상추 한 광주리씩.

배추, 열무 한 무더기씩. 취나물은 포대로 쌓아놓고. 가죽나물은 묶음으로 나돌고.

앵두는 광주리에서 빨갛게 익고. 조개 까고, 생선 배따고.

사탕 한 봉지 까서 서너개씩 돌려 군입 다시고.

내 놓은 물건의 양은 적지만 가지 수는 장보는 사람보다 많고 장보는 사람만큼 인심도 가지가지다.


아직 8시도 안된 이른 시간인데 이미 버스에 올라 다음 행선지를 기다리는 할머니들이 있다.

비닐봉지에 담긴 장봇따리를 들어올리며 시끌벅적 버스 안은 또 장터가 된다.

이방인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기회를 갖는다.

장은 할머니들의 소일이자 위안인 모양이다.

장을 채 맛보지도 못하고 시간에 쫓겨 발걸음을 옮겨야  함이 아쉽다. 


      ▶ 묵계삼거리    9:05

청학동과 고운동 가는 길이 나뉜다.

하동에서 황천까지 버스로 15분 걸리고 황천에서 청학동이 28km 다.

버스가 안 다닐 적 청학동은 걸어 나오는데 하루, 들어가는데 하루 걸리는 그야말로 오지였음이 분명하겠다.


      ▶ 고운재    10:00  

이름도 곱고 낯익은 고운재다.

철망 좌측으로 들어가는 표지기가 보인다.

해발 400여 미터의 묵계삼거리에서 800여 미터의 고운재까지 아스팔트를 따라 걷다보니 등줄기에 땀이 흥건하다.

군데군데 민박집이 보이고 오를수록 내려다보이는 것이 많다.   

      

      ▶ 묵계치    11:00, 11:30발

고운재 지나 잡목이 배낭을 잡더니 곧 키를 넘는 엄청난 산죽 밭이 이어진다.

잡목이 어중간하게 쓰러져 길을 막으면 나는 엉거주춤 낮은 포복을 하다

매낭 뒤에 매단 매트리스가 걸려 납작 엎드리다 배-암이라도 있나 싶어 주변을 살핀다.

산죽 잎사귀에 붙은 봄바람에 휘날린 송화와 꽃가루, 흙먼지, 낙엽은 내차지가 되어 온 몸에 뒤집어쓴다.


등산로의 거미줄과 애벌레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내 몸에 찰싹 달라붙어 기어 다닌다.

취사.비박장구를 챙겼더니 뒤에서 잡아 댕기는 듯한 중압감을 느낀다.

종주산행은 가볍게 지고 멀리 뛰어야 하는데 산장을 이용할 것을 보따리를 크게 했나 싶기도 하다.

헬기장 좌측 전나무 아래서 무게도 줄일 겸 점심을 먹는다.

더덕향이 코끝을 맴돈다.


      ▶ 첫 암릉지대    12:25

묵계치를 지나 오름길이 가파른데다 아예 산죽 숲이라 또 한번 낑낑댄다.

수시로 산죽 밭을 지나 첫 암릉 지대에 이르니 좌우로 전망이 트이고 산죽의 기승도 한풀 꺾인다.

우측으로 천왕봉이 들어오고 좌측으로 묵계마을이 보인다. 


    ▶ 외 삼신봉    13:35

이제껏 땅만 쳐다보고 오다가 전후좌우 막힘없는 전망과 절경에 취하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흘러간 지리 주능선의 봉 봉 봉들!

영신봉에서 분기하여 살아 꿈틀대는 것 같은 낙남 길!

 

오랜만에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자동 샷터를 누르고 지도를 펴 봉우리 하나씩 짚으며 대조해 나간다.

외 삼신봉 정상 못미쳐 4미터 암릉 구간에서 배낭과 스틱을 끌어올리기 위해 밧줄에 묶어놓고

맨몸으로 먼저 올라 조심스럽게 통과한다. 


    ▶ 삼신봉    14:25  

굴곡 없는 능선을 따라 청학동, 쌍계사, 세석을 가리키는 표지를 지나 삼신봉에 오른다.

이곳 조망 또한 말로 다할 수 없다. 청학동과 쌍계사에서 오르는 여러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이제 마루금은 더 이상 나 홀로 가는 길이 아니다.


윗도리를 벗어제낀 건각이 삼신봉 삼신 선녀의 기둥서방이라도 되는 양 이방인을 맞는다.

지리산이 좋아 10여년 이상을 지리산만 고집하며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300회 이상 왕래한 진주의 악우라 한다.

이후 그이는 나와 동행하며 나 홀로 낙남길의 위로가 된다.

주능의 삼신봉, 내삼신봉, 외 삼신봉. 웬 삼신 선녀가 이리 많은지.   


    ▶ 세석평전    19:30

외삼신에서 바라보니 영신봉부터 쭉 뻗어 내린 능선은 채 열 뼘도 안 될 것 같은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아니 빨리 가고 싶지 않아 감세 감세 쉬어감세를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갈 길이 빤해 시간에 쫒기지 않는 참으로 여유로운 산행이다.


좌측 음수 우측 양수를 합하여 음양수(?)라 한다는데 물맛이 좋다.

위쪽 평평하고 너른 암반은 죽마고우를 만나 긴 밤 지새우며 옛 애기 나누고 쉬어가기 좋겠다.

길가에 돌절구는 무엇에 쓸려고?

철쭉은 꽃망울을 머금고 다음 주 만개 할 것 같다.

어둠이 찾아온다.


비박하기로 작정한터라 세석산장 앞 헬기장에 자리를 잡는다.

한달음에 달려갈 영신봉은 시간이 늦어 내일 아침에 찍고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하산하기로 한다.

동행과 저녁을 함께하며 소주잔을 기운다.

별이 드문드문 하고 늦게 떠오른 달은 달무리가 끼었다.

2002년 12월 말부터 5개월여 걸친 15일간의 낙남행 마지막 밤.

나는 어미의 품에 젖먹이인양 지리에 포근하게 안긴다.

 

 

삼신봉에서 보는 주릉

우측 천왕봉에서 촛대봉, 영신봉으로 이어진다.

 

 

거림 

동화사 앞 주차장에서 산행을 준비하고

수도가 터졌나?

한곳에만 얼음이 솟아있다.

주차장에서 20여 미터 내려오니

세석까지 가장 짧은 거리라는 이정표가 ....삐딱하다.

계곡을 거슬러...어느덧 중턱쯤 되는가보다.

8부 능선쯤 오르니

전망 바위에서 .... 삼신봉, 외삼신봉, 영신봉을 잇는 능선이 곱게 보인다.

굽이굽이 산자락도 아스라이 보이고

 

멀리 흰구름 아래

억불봉~백운산~한재~형제봉을 잇는 광양 백운산 마루금도~~

청학동~거림 갈림길 표지판....세석이 지척이다.

바람이 적고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세석대피소

이곳에 짐을 풀고 영신봉을 다녀와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한다.

홀산의 영원 쉐프~~파키라님의 라면 맛이 일품이다.

운무에 싸인 촛대봉

세석에서 보는 산하가 희미하다.

삼신봉으로 향하며....음양수 제단...

언제봐도 바람없고 양지바른 곳이다.

삼신봉 능선

낙남과 열애중인 뚜버기님

 

음양수샘

반야봉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의 주릉

구비구비 계곡들

 

 

뚜버기님과 파키라님

나에게 총구를 겨눈다

영신봉과 촛대봉

삼신봉 능선에서는 여성의 젖가슴처럼 봉긋하다.

촛대봉

 

의신마을 하산 표지판

이런 석문도 지나고

폼생폼사

용또산님

 

전망바위에서 본

삼신봉~외삼신봉 능선

거림쪽 마을들

 

 

천왕봉이 보이니

삼신봉이 가까웁다.

드디어 삼신봉

지리의 주릉이 한눈에 보인다.

반야봉~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능선

 

외삼신봉으로 이어지는 낙남정간

 

 

 

삼신봉을 내려서 외삼신봉으로 향한다.

 

들어가면 안되는 곳이랍니다.

외삼신봉에서 보는 낙남의 마루금

천왕봉의 전망이 더 좋다.

외삼신봉~삼신봉~영신봉을 잇는

낙남의 마루금

ㅎㅎㅎ

누군지 다 아시쥬

외삼신봉 직후 암릉

눈 얼음이 얼면 위험한 곳입니다.

아래와 같이 차례차례 내려 옵니다.

 

 

석양이 물들며

뚜버기님도 행복한 표정입니다.

 

 

산죽밭에서 죽어라 고생하고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앉은 시간에 철문을 나서니 객꾼님이 반갑게 맞아 줍니다.

 

다음날 아침

뚜버기님, 파키라님은 다시 낙남으로 떠나고

용또산님과 함께 늦이막한 시간에 일어나 짐을 정리하며 한가한 시간을 보냅니다.

 

 

 

 

 

객꾼님이 자연닭을 잡아준다는데.....에이...관두시지 마시지...ㅎㅎㅎ

"세끼(이)야 닭 잡아라"란 말처럼 들리는데..... 눈에서 총알 튀어날뻔

가만 생각해보니 "형님 닭잡으세요"란 갱상도 사투리다.

 

아무튼 객꾸이는 몰고

나와 닭구는 이리 펄쩍 저리 펄쩍 하다 닭장에서 4~5키로쯤 되는 장닭을 잡는다.

객꾸이...은행나무에다 닭구 머리를 부리나케 갈기니.....

기절한 닭의 멱을 따 ....뜨건 물에 푹 담궈 털을 빼고 내장을 손질한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압력 밥솥에 마늘 은행 등등

갖은 양념과 약초를 넣고 한 시간을 푸욱 고은다.

닭을 푸욱 삶는 사이

학명 "닭똥집"이라는 것을 회를치며 소주 두 병을 비운다.

정성을 다하여 회를 치는 객꾼님과 침흘리며 지켜보는 용또산님!!!

시상에 용또산님은 닭똥집을 저리도 좋아하시는가?

맛있게 삶은 토종닭을 요리조리~~~잘익었나 살핀다.

누런 국물 ... 고소하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육질좋은 괴기....시원한 닭죽

바로 이런 맛입니다.